[뉴스토마토 한은정기자]
세계 경제가 2분기 들어 뚜렷한 하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각종 경제지표들은 경기회복세 둔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고, 노동시장도 회복탄력을 잃은 모습이다. 중국 역시 물가는 오르는데 경제활동은 위축되는 스태그플레이션 논란이 불거질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연말에 경기가 다시 살아나겠지만 확장세는 이전 기대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각국의 성장률 전망치도 하향조정되는 분위기다. 2011년 하반기 세계경제를 5회에 걸쳐 전망해본다. [편집자주]
버냉키의 말이 맞을까? 하반기 경기 회복이 가속화 될 것이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긍정적 전망에도 미국 경제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은 엇갈린다.
지난달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을 합한 미국의 고통지수는 30년래 최고치로 치솟으며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리스 사태 또한 미국 경기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미국 경제, 더블딥의 신호탄을 터뜨린 것인지 소프트 패치를 딛고 일어설 것인지 시장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 3분기 회복하겠지만..성장률은 기대이하? = 버냉키 의장의 발언처럼 미국 경제가 하반기에는 정상적인 회복궤도로 복귀할 것이란 낙관적 전망이 시장에서는 우세하게 제기 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경기둔화 기간 자체가 조금 더 길어질 수 있고 둔화폭도 생각보다는 더 확대될 수 있다는 것 또한 시장 전반적인 의견이다.
경제성장률도 당초 절반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의견도 제기됐다.
연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7~2.9%로 제시했다. 이는 4월 회의 때 제시한 전망치 3.1%~3.3%보다 하향 조정된 수치다.
골드만삭스는 "아직까지 더블딥 가능성은 상당히 낮지만 예전 보다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의 4%에서 2%로 낮춰잡았다.
매크로이코노믹 어드바이저스의 전망치 역시 지난 4월의 3.5%에서 2.1%로 크게 내렸다.
CNBC는 "경제가 회복세로 접어든 지 2년이 다 돼 가지만 마치 이륙하지 못하고 활주로에서만 맴도는 항공기처럼 본격적인 회복은 보이지 못하고 있다"며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다시 침체될 것으로까지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경제지표 부진 언제까지..주택경기 '복병'= 최근 발표된 제조업과 고용, 주택경기는 부진한 미국 경제를 그대로 대변했다. 이에 2분기 마지막 주인 이번주 발표되는 경제지표가 3분기를 시작으로 한 하반기 미국 경제의 방향을 가늠하는 단서가 될 전망이다.
마이클 존스 리버프론트인베스트먼트그룹 CIO는 "일본 지진으로 인한 공급 차질 여파가 줄어든 만큼 이번주 제조업지표들은 미국 제조업 부문의 진짜 경기를 보여줄 것"이라고 언급했다.
버냉키 의장은 "성장세 둔화의 요인은 식품과 에너지가격 상승이나 일본 지진 영향 등 일시적인 것"이라며 "하반기 들어 실업률도 점차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버냉키의 말에 동의하고 있다.
유익선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일본의 가동률이 다음달 90% 복구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제조업이나 고용부문 침체는 하반기에 다소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주택경기는 미국 경제의 가장 큰 복병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선임 연구원은 "주택시장은 미국 경기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라며 "미국의 고용상황은 주택구매력으로 이어질 정도의 회복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또 "금융 시스템 자체가 정상화 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주택 경기는 내년이나 되야 회복가능 할 것"으로 관측했다.
유익선 연구위원은 그러나 "주택시장이 더블딥은 아니다"라며 "바닥을 다지는 과정으로 소득수준이나 신용상황이 개선되면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것이고, 이로 인해 고용이나 소비가 좋아지는 선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 3차 양적완화 기대는 어려워 = 연준은 미국 경기회복세가 크게 둔화됐음을 인정했지만 3차 양적완화(QE3)에 대해서는 힌트를 주지 않아 시장을 실망시켰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QE3 시행 가능성에 대해 낮게 점치고 있다.
박상현 선임연구원은 "2차 양적완화가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되면서, 제조업 주택 고용시장이 더 이상 침체되지 않도록 해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도 "달러 약세를 부추겼고 상품 가격을 뛰게 해 인플레 압력 높였다"고 분석했다.
이에 "미국 경제는 일시적인 충격요법보다는 자생적인 성장기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당분간 QE3 시행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익선 연구위원은 "연준이 만기도래한 채권을 재매입하는 방법 등을 통해 달러화 유동성이 풍부하게 유지되면서 하반기의 충격은 줄여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QE3 시행은 무리"라며 "유동성을 추가적으로 공급해봤자, 유동성 함정에 빠지면서 실물경기가 안좋아지고 인플레이션 압력만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마이크 잉글런드 액션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QE2를 도입하고 나서 악재들이 이어지기 시작했다"며 "QE2는 달러 약세를 부추겼고, 상품 가격을 뛰게 했으며, 이는 경기를 수축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데이비드 레슬러 노무라글로벌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QE2는 디플레이션 추세를 돌려놓는 데 도움을 줬을 뿐 아니라 주가 상승과 달러 약세의 촉매가 됐다"면서 "그러나 주택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고용시장 회복이 여전히 부진한 등 QE2가 만병통치약은 아니었다"며 QE3 시행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 그리스 악재, 미국 경제 파급은? = 그리스 재정위기도 하반기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짐 리 RBC증권 단기시장 선물전략 책임자는 "그리스 채무조정이 시작되면 파급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스 문제가 계속해서 아일랜드와 포르투갈 등 다른 유럽국가에까지 전염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고, 미국 경제는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익선 연구위원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머니마켓펀드(MMF) 익스포저의 양은 크지 않다"며 "그리스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만 하반기에 일시적인 안도감을 줄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면서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국 연준도 유럽 은행이 발행한 단기채권에 대한 미국 MMF의 익스포저를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버냉키 의장은 "유럽 은행들에 대한 간접 익스포저는 MMF 시장의 일부 우려"라며 "당국은 MMF 시장 익스포저 감시 강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