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지훈기자] "경쟁사보다 앞설 수 없으면 시작도 말라"는 이건희
삼성전자(005930) 회장의 발언 이후 현재 삼성이 벌이는 각종 사업의 현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달 29일 수원사업장에서 열린 '2011 선진제품 비교 전시회'에 참석해 소프트웨어기술, S급인재, 특허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임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회장의 발언은 부진에 허덕이는 사업부문에 대해서는 분명히 책임을 묻겠다는 뜻으로 풀이돼, 어느 사업이 타겟이 될지 주목된다.
◇ '김연아 에어컨' 덕에 LG '박태환'만 웃었다?
삼성전자는 에어컨 시장에서
LG전자(066570)의 아성을 무너뜨리겠다며 출시한 '김연아 에어컨'이 불량 문제로 곤욕을 치르면서 시장 점유율도 급락했다.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www.danawa.com)에 따르면 에어컨 성수기인 4월과 5월 20% 후반대를 기록하던 삼성의 시장점유율이 7월 24%까지 떨어졌다.
반면 LG전자는 50%대의 점유율이 60%까지 늘어나며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실제 이 사이트의 스탠드형과 벽걸이를 포함한 전체 에어컨 판매순위를 살펴보면 1위부터 10위까지 LG제품이 장악하고 있다.
삼성 제품은 20위에 가까스로 얼굴을 내밀며 체면을 구겼다.
◇ 바다OS, 삼성 '소프트 기술'의 현주소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부문에서 안드로이드폰인 갤럭시S2를 앞세워 애플의 대항마로 급부상하고 있는 반면, 자체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바다'와 이를 기반으로 제작한 '웨이브'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삼성전자는 지난 24일 웨이브 시리즈가 전세계 누적 판매량 1000만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드로이드폰인 갤럭시S2가 출시 85일만에 글로벌 판매 500만대를 달성한 것에 비하면 미미한 수치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이 발표한 미국의 6월 스마트폰 시장의 플랫폼별 점유율은 안드로이드OS가 39%, 애플의 iOS 28%, 블랙베리OS 20%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삼성의 야심작 '바다'는 MS의 윈도 모바일(7.9%)에도 못미친 2%의 점유율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계획대로 하반기에 바다 후속작을 내놓아도 시장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며 "전략폰을 안드로이드로 만드는데 누가 그걸 사겠는가"라고 반문했다.
◇ 여전히 걸음마 떼기도 힘든 전기차용 2차전지
지난달 20일
LG화학(051910)은 2분기 실적발표 자리에서 "쏘나타 하이브리드 등의 수출 호조로 중대형 전지 1개 라인 전체 물량을 전부 할애할 정도"라며 "반면
삼성SDI(006400)는 중대형전지에서 매출이 발생하고 있지 않다"고 언급했다.
실제 삼성SDI는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에 사용되는 소형 2차전지 시장을 호령하는데 반해 전기차용 중대형 전지 시장에서는 명성에 걸맞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4월 연간 10만대의 전기자동차에 리튬전지를 공급할 수 있는 세계 최대규모 전기차용 리튬전지 공장을 준공하고, 2013년까지 투자계획을 당초 1조원에서 2조원으로 늘리는 등 시장선점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GM이 생산하는 전기차 '볼트'에 LG화학 제품을 공급하면서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에 비해 삼성SDI의 전지차용 배터리 부문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삼성SDI는 지난 2008년 보쉬와의 합작회사 SB리모티브를 설립하고, 지난해 11월 울산에 자동차용 리튬전지공장을 준공했지만, 본격적인 양산에는 돌입하지 못하고 BMW와 크라이슬러의 테스트용 샘플 생산에 그치고 있다.
실제 SDI가 전기차용 전지에서 첫 매출을 기대하는 2013년, LG화학는 이 분야에서만 매출 2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