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유럽발 재정위기로 국내 은행들의 '달러 구하기'가 힘겨워졌다. 채권 발행도 쉽지 않고 자금 만기가 얼마나 연장될 지도 알 수 없다. 아직은 여유가 있다지만 이번 위기가 언제 끝날지 모르면서 전망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 은행들, 차입 다변화 나서
국내 시중 은행의 한 관계자는 "최근 홍콩 등 외국에서 채권 조달 탭핑(조사) 중인데 예전에 비해 금리가 1%포인트 이상 높다"며 "국내 외환보유고나 은행들이 갖고 있는 달러가 충분해 아직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외화채권 금리는 보름새 1% 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외화채권 발행금리는 리보(런던 은행간 금리)금리로 결정되는데 최근 2주새 0.2%포인트, 가산금리 역시 0.6~0.7% 포인트 올라 1%포인트 가까이 급등했다.
시중은행 중 국민은행은 현재 홍콩에서 달러표시 채권을 발행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 중이고 산업은행은 아예 달러 채권 대신 일본에서 500억엔 규모의 '사무라이 본드(엔화표시 채권)'발행에 나설 계획이다.
또 다른 은행의 관계자는 "바이래터럴론(상호 대출), 클럽론(차관단 대출) 등을 추진 중"이며 "커미티드라인(마이너스통장 성격의 단기 외화차입) 추가 도입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 신한, 하나, 국민은행 등 4대 은행이 확보한 커미티드 라인은 24억 달러 정도다.
◇ "무작정 달러 쌓아두고 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 금융위기와 비교해 당국의 지도 감독으로 시중은행들의 단기 자금 비중이 줄고 장기 자금 비중이 늘어 큰 걱정은 없다"면서도 "앞으로의 추이에 따라 국내 은행의 자금 사정이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유럽계 자금의 국내 차입비중이 32%(단기 396달러, 장기 233억달러)로 높지 않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세계 금융이 긴밀히 연결돼 있기 때문에 유럽의 어려움이 미국, 아시아로 연결돼 자금 경색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26일 최종구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단기외채가 다 빠져도 현재 외환보유액으로 위기대응에 충분하다"며 "지난 6월 말 총외채 대비 단기외채 비중은 37.6%로서 2008년의 51.9%보다 크게 개선됐다"고 밝혔다.
시중은행의 자금담당 부행장은 "이번 위기가 일시적인데 과장된 측면도 있을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
그는 "연말 혹은 내년까지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현재 은행들은 2008년 금융위기와 비교해 무작정 달러를 쌓아두고 있는 실정"이라며 "결국 '아이들 머니(idle money, 놀고 있는 돈)'가 생길 수 밖에 없다"며 은행 수익성 악화를 걱정했다.
또 다른 은행의 기업자금 담당 부행장은 "며칠 내 그리스 문제에 대한 해결 실마리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자금 사정이 더 악화되면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의 제3시장에서 달러를 조달 할 수 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