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산업으로 우뚝서다!)거센 도전에 직면한 게임산업

(집중기획)⑤미국·중국 온라인 게임 급성장세
여가부 게임사 매출 징수 등 규제에 산업 고사 우려

입력 : 2011-09-30 오후 3:26:40
[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라이엇 게임즈의 온라인 AOS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는 한국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OL’의 한국인 회원 숫자는 50만명에 달한다.
 
‘LOL’이 재미있다는 소식에, 한국 이용자들이 미국 서버에서 게임을 하는 것이다.
 
‘LOL’은 게임성 뿐 아니라 사업성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텐센트가 ‘LOL’의 가능성을 보고 3억5000만달러를 들여 라이엇게임즈 지분을 인수했다.
 
온라인 게임 역사가 국내보다 짧은 미국에서 우수한 게임을 만들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브랜던 백 대표는 “미국 게임사들이 한국 게임을 연구하면서, 온라인 게임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운 덕분”이라고 말했다.
 
◇ 강력한 라이벌의 등장
 
넥슨, 엔씨소프트(036570), 네오위즈게임즈(095660), NHN(035420) 한게임, 위메이드(112040) 등 한국을 대표하는 온라인 게임사들에게 강력한 경쟁자들이 등장했다.
 
바로 서구권 게임 개발사들이다.
 
국산 온라인RPG를 제치고 블리자가가 개발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는 세계 최고 온라인RPG 자리를 차지했다.
 
새로운 장르인 AOS를 창안한 라이엇 게임즈의 ‘LOL’은 전 세계 1500만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리프트’ 등 대작 온라인 게임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국내 게임사들에게 서구권 게임사들은 중국 게임사들보다 더 위협적이다.
 
서구권 게임사들은 50년전부터 패키지 게임을 만든 노하우로 게임 기획과 디자인 등에서 국내 온라인 게임사들을 앞서고 있다.
 
또 게임 개발자의 사회적 지위가 높고 자유로운 발상이 가능한 것도 서구권 게임사들이 국내 게임사보다 유리한 점이다.
 
한 서구 게임사 관계자는 “우수한 인재들이 열정을 다해 게임을 만드는 것이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서구권 게임사들은 콘솔 게임에 대한 비중이 높아, 아직 온라인 게임 분야에서는 국내 게임사들보다 최적화 등 기술적으로 뒤져 있다.
 
하지만 게임업계는 서구권 게임사들이 기술적인 차이를 곧 좁힐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 게임사들은 세계 최대 내수시장과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한국 게임사들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은 온라인 게임 기획력과 프로그래밍 기술 등 모든 면에서 아직 한국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런 격차를 좁히기 위해 중국 대형 게임사들은 해외 게임업체들을 인수하고 있다.
 
텐센트는 라이엇 게임즈, 샨다는 국내 액토즈소프트(052790)와 아이덴티티 게임즈를 인수했다.
 
해외시장에 통하는 게임을 확보하고, 자사 게임 개발력을 높이기 위한 중국 대형 게임사들의 해외 게임사 인수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중국은 자사 게임들의 수출에도 적극적이다.
 
중국 게임의 경쟁력은 싼 가격과 많은 양의 콘텐츠다.
 
거대한 내수 시장과 저렴한 인건비 덕분에 중국 게임사들은 같은 기간 동안 국내 게임사들보다 더 많은 게임을 개발할 수 있다.
 
중국 게임사들은 대량 생산된 게임들을 싼값에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또 중국은 게임 이용자 숫자가 1억명을 넘고, 그만큼 게임에 대한 요구도 다양하다.
 
중국 게임사들은 이용자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게임 속에 많은 양의 콘텐츠를 신속하게 추가한다.
 
중국 정부의 지원도 중국 게임사들을 더 강하게 만들어 준다.
 
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동안 게임사들에게 715억원을 보조금으로 지급했다.
 
중국 정부는 게임을 미래 유망사업으로 확신하고, 국가적으로 키우고 있다.
  
◇ 한국 게임산업의 장애물은 정부?
  
서구권과 중국의 게임사들은 국내 게임사들과 선의의 경쟁상대다.
 
이들 덕분에 국내 게임산업 내부에서도 게임 기획과 디자인, 이용자를 위한 다양한 콘텐츠의 중요성이 높아졌고, 국산 게임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오히려 국내 온라인 게임산업의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가장 큰 적은 ‘게임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다.
 
빠른 경제성장을 이룬 한국 기성세대들은 ‘여가 문화’에 대해 ‘일과 공부 등 생산적인 활동을 방해하는 것’이란 인식을 가지고 있다.
 
특히 한국 사회는 ‘학력’을 중요하게 본다.
 
이 때문에 학생 등 젊은 세대들이 많이 이용하는 게임은 한국에서 ‘백해무익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국내 게임사들에 대해 매출의 일부를 징수하는 방안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사회 분위기 탓이다.
 
여가부는 청소년의 온라인게임 이용을 심야에 제한하는 ‘셧다운제’를 발의하고, 청소년 게임 중독 예방 기금 마련 명목으로 국내 게임사 매출 1%를 산하 단체가 징수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셧다운제는 해외에서 게임 과몰입 예방에 효과가 없다는 쪽으로 결론이 나고 있는 제도다.
 
또 인권 침해, 국내 게임사와 해외 게임사의 역차별, 패키지 게임 풍선효과 등 역효과도 우려된다.
 
‘셧다운제’ 발의 당시 여가부는 청소년보호법에 셧다운제를 명시만 하기로 게임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합의했다.
 
하지만 최근 발표한 셧다운제 시행령에서 합의를 깨고, 게임중독평가위원회를 만들고 게임사들에게 중독 예방기금을 요구하는 권리를 집어넣었다.
 
게임업계는 셧다운제로 게임의 자유로운 발상 등이 제한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 개인정보 수집과 보호, 시스템 구축에 따른 비용 부담은 국내 중소게임사들에게 실질적인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한다.
 
더욱이 여가부가 매출 징수권까지 가지게 된다면, 국내 중소게임사들은 전멸할 것이란 게 업계의 우려다.
 
중국이 국가 차원에서 게임을 키우는 동안, 한국은 정부가 앞장서서 미래성장 동력을 고사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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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