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물가시대 생존법)①치솟는 식품값에 장보기도 온라인으로

입력 : 2011-10-10 오후 2:45:58
[뉴스토마토 손지연기자] 올해 연초부터 시작된 물가상승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하반기부터는 물가가 안정될 것이란 정부의 예상은 빗나가고 고물가는 하반기를 넘어 내년까지도 이어질 전망이다. 집값과 전세값 불안에다 물가상승세가 계속되자 국민들의 일상생활 양식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주부들의 장바구니 구매패턴부터 직장인들의 소비, 부모들의 교육비 지출은 물론, 젊은이들의 결혼, 내집장만 등의 패턴도 예전과는 달라지는 양상이다. 고물가 시대에 달라지는 국민들의 라이프패턴을 들여다봤다. [편집자]  
 
마장동에 사는 주부 박선영(33)씨는 요즘 장을 볼 때 인터넷을 자주 이용한다. 온라인 마트몰에 회원가입하면 매월 정기적으로 5~10% 쿠폰이 나오고, 카드사에서 10만원 이상 결제하면 5% 청구할인이 되는 등 혜택이 쏠쏠하기 때문이다. 사실 물가가 오르기 전에는 웬만하면 할인혜택이 덜 하더라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물건을 골랐다.
 
박씨는 "물가가 오른 뒤 온라인 쇼핑을 주로 하는데 100g 단위로 파는 고기는 정확한 계량이 어려워 보통 조금 더 많은 양이 배송되고, 100g에 1360원 짜리 물건을 주문했는데, 물건이 마감되면 1580원 짜리 상품이 올 때도 종종 있다"며 "의외의 쇼핑 즐거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는 농축수산물의 경우, 직접 보고 고르는 전통적인 식료품 쇼핑문화를 온라인 쇼핑으로 대체시켰다.
 
◇ 치솟는 식품물가..OECD 최고수준
 
10일 발표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9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작년보다 15% 상승했다. 지난 8월에도 작년보다 26% 상승해 높은 식량가격이 이어지고 있다.
 
OECD가 산출한 지난 8월 한국의 식품물가 상승률은 전년동기대비 11.4%로 34개 회원국 중 1위다. OECD 회원국 평균 4.6%보다 두 배 이상 상승률이 높은 것이다.
 
올해 1~8월 평균 상승률(9.8%)도 OECD 평균인 3.5%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한국 품목별 물가구조의 특징과 대응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곡물자급률이 낮고 원재료의 원가 비중이 높아 식료품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의 곡물자급률은 2009년 기준 30.2%로 OECD 최하위 수준이다. OECD 주요국은 곡물자급률이 100%를 넘으며, 특히 독일과 스위스는 각각 116.4%, 205.6%를 기록했다.
 
국내외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가공식품의 원가 비중이 높아지면서 식료품 가격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올해 1~7월 중 원재료비 상승에 따른 가공식품의 원가 상승분은 전년동기대비 최대 21%에 달할 것으로 보고서는 추정했다.
 
◇ 식품물가 상승..인터넷 식품구매 급증
 
이런 가운데 온라인 쇼핑몰의 식품 판매고는 급증하고 있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에 따르면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298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의 1220억원에 비해 144%나 성장했다.
 
대형마트 3사 인터넷 매출액은 ▲ 2008년 1300억원 ▲ 2009년 2000억원 ▲ 2010년 5900억원 ▲ 2011년 1조원(전망치)으로 매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성장률로 따지면 ▲ 2009년 54% ▲ 2010년 195% ▲ 2011년 70%에 달한다.
 
그중 식품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60% 내외다.
 
이마트 집계에 의하면 올해 1~9월까지 자사의 온라인 매출 중 식품 매출 비중은 평균 64%로 나타났다.
 
마트몰 매출의 상당 부분을 식품매출이 차지하고 있으며, 마트몰 매출 증가로 미루어 볼 때, 식품의 인터넷 구매 매출도 상당한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인터넷 쇼핑몰 'SK플래닛 오픈마켓 11번가'의 식품 매출 증가도 최근 들어 두드러졌다.
 
11번가의 연간 식품 매출 증가율은 2009년 20%에 이어 2010년 25%, 2011년 80%로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통조림, 라면 등 가공식품뿐만 아니라 생선, 고기, 야채 등 신선식품 판매도 급증하고 있다.
 
◇ 쇼핑패턴을 바꾸는 高물가의 위력
 
식품류는 온라인 쇼핑과는 다소 맞지 않는다는 평가가 그동안 우세했다.
 
황성욱 성신여대 교수는 "모든 품목이 온라인 쇼핑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며 "구매자들이 마트에서 사과를 살 때는 아무 사과나 덥석 집는 것이 아니라 신선도와 크기 등을 따져보고 구매한다"고 밝혔다.
 
즉, "식료품을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한다"는 의미다.
 
식품의 경우, 상품의 특성상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하는 쇼핑패턴이 강한 품목인데다 배송과정에서 상할 염려도 있어 온라인 쇼핑을 꺼리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1번가의 2011년 매출이 80%나 비약적으로 성장한 것이나 신선식품의 매출이 늘어난 것은 이같은 전통적 식품 쇼핑 패턴을 벗어난 이례적 현상으로 볼 수 있는 이유다.
 
정진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소비자들은 합리적 선택을 하기 때문에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구매패턴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윤태 한국온라인쇼핑협회 사무국장은 "인터넷을 통해 당일 식품 구매가 가능해진데다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 할인 쿠폰 등이 제공되면서 가격도 많이 저렴해졌다"며 "이러한 유인(incentive)이 식품의 온라인 매출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유통업체가 점포 출점을 통한 외형성장의 한계로 온라인 시장에 눈을 돌린데다 최근의 고물가 덕분에 많은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온라인 매장이 더 빠른 성장세를 보인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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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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