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②) 통계에 안잡힌 '쌓여가는 빈 아파트'

아파트 안팔리는데 끊임없이 공급..'밑빠진 독에 물붓기'
따로 노는 주택 공급지표, 미분양 자료는 건설사 '맘대로'

입력 : 2011-10-11 오후 3:01:31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도 물량은 끊임 없이 나온다. 집값은 내려도 전세값은 여전히 오르고 있어 전세난은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부 정책이 실패했다고 아무리 떠들어도 정부는 꼼짝도 하지 않는다. 여론이 어디서 어떻게 수집돼서 어떤 경로로 정책이 결정되는지 그저 서민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그저 '쇠귀에 경읽기'다. 
 
가을 이사철이 막바지에 접어드는 10월 현재까지 전셋값의 가파른 상승세는 유지되고 있다. 지난 9월 전월세거래량이 5개월만에 24.4% 반등했지만 여전히 실거래 가격은 상승세다.
 
◇ 빈집 넘쳐도 `공급물량 확대정책` 고집
 
또 정부의 8.18 전·월세 대책 이후 수도권 전세가 총액이 오히려 5조6000억원 가량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11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번지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 총액은 지난달 18일
578조2421억원에서 지난 15일 현재 583조8656억원으로 5조6235억원 증가했다.
 
대형건설사 및 다주택자들에 대한 규제완화가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이끌고, 이를 통해 전셋값이 안정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며 일방적인 '공급물량 확대'에 주안점을 둔 정부정책이 완연한 실패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같은 규제완화 기조에 맞춰 공공·민간택지, 재개발ㆍ재건축을 비롯해 최근 도시형생활주택까지, 부동산 침체기에도 공급물량이 쏟아지며 미분양 물량은 쌓여가고 있다.
  
전월세 폭등이 가시화되기 시작한 지난 8월 정부가 내놓은 818 전월세 대책의 주요 내용은 공공과 민간의 공급물량 확대와 공급시스템 마련이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이같은 주택 공급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애당초 아무런 근거도 없다는 점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문제는 주택공급, 입주실적 등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근간이 돼야할 데이터가 인허가, 준·착공 실적말고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다양한 민간 정보업체들이 입주물량에 대한 통계치를 발표하고 있지만 업체마다 다른 기준과 조사방법을 사용하다 보니 편차가 상당히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입주물량은 전세가격 상승 등 주택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통계임에도 불구하고 입주물량에 대한 신뢰할 만한 자료는 어디에도 없다"고 비판했다.
 
◇ 따로 노는 주택 공급지표, 미분양 자료는 건설사 '맘대로'
 
이는 비단 입주물량만의 문제는 아니다. 주택공급과 관련한 지표 상당수가 이와 유사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정부가 발표하는 인허가실적, 착공·준공 실적 등의 주택 공급지표는 통계 방법이 모두 '따로놀기'다.
 
인ㆍ허가 실적은 취합통계로 국토해양부에서 장기 시계열(통계기준이 되는 기간)로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분양실적은 대한주택보증, 금융결제원, 한국토지주택공사, 지자체 등의 자료를 취합한 보도자료의 형태로만 발표된다.
 
입주물량도 준공일자를 기준으로 보도자료 형태로 배포된다. 그러나 이마저도 시계열이 짧고 민간업체와의 차이가 커 비교적 장기시계열을 제공하는 민간업체의 자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미분양 물량은 '영업성'과 직결된다는 이유로 건설사들 '입맛'에 따라 공개 여부가 결정되기도 하고, 심지어 데이터가 왜곡되는 경우도 있다.
 
한 민간연구업체 연구원은 "미분양물량은 건설사들이 가장 공개를 꺼리기도 하고 실제로 가장 공개가 안되는 부분"이라며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행 사업자 신고 형태의 조사방식이 지속되고 있다"고 실토했다.
  
정부가 주택정책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고 있는 국민은행의 주택관련 통계도 시장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은행과 주요 부동산정보업체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부동산사이트 시세자료가 실제 시세와 최대 30% 이상 차이가 나는 등 시장가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수요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 부실한 자료, 부실한 정책.."투명한 통계가 없다"
 
국민은행도 실제 시세와 많은 차이가 나는 것에 대해 명확히 해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중개업소를 통해 가격 통계를 얻고 이에 더해 별도의 확인절차까지 거치고는 있는데 통계치가 확연히 다른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최근 전세, 집값 변동이 워낙 심하고 실거래가격 중심으로 파악하다보니 통계가 뒤늦게 잡히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민간연구기관에서 제공하는 부동산정보 또한 문제투성이다.
 
부동산 정보업체들과 주택산업연구원 등 민간 연구기관 및 업체간에도 조사방법에 따라 집계된 물량도 정부 차원에서 제공되는 정보와는 차이가 있다.
 
공신력을 충분히 갖춘 정확한 주택, 부동산 통계가 없다는 것이 현실인 셈이다. 정부 통계 등을 믿고 시장에 나가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그러다보니 수요자가 대충 알아서 판단하는 위험(?)을 감수 할 수밖에 없다.  
 
달리 말하면 시장에 공급된 분양과 입주물량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숙제라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연합 부동산 감시팀장은 "통계를 만들 수 있는 단체가 대부분 이익단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소비자를 위한 통계가 없다"며 "건설협회 같은 이익단체에서 내는 자료를 그대로 쓸게 아니라 DB를 입력하는 연구용역을 투자해서 투명한 통계를 공개해야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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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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