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형진기자·김영택기자] CJ그룹의 대한통운 인수자금 마련 계획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CJ가 애초 계획과 달리 과도한 차입을 함으로써 그룹 전체의 구도마저 흔드는 이른바 '승자의 저주'에 빠질 확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13일
CJ(001040)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CJ는 대한통운 인수자금 마련이 불투명하다고 판단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이 내려질 이달 말 기존 은행권 등에서 차입형태로 인수자금을 마련해 납입할 계획이다.
CJ는 애초 인수자금 마련을 위한 마스터플랜에
CJ제일제당(097950)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 주식 매각과 서울 강서구 가양동과 구로구 구로동의 부지에 대한 개발 및 매각 계획을 포함시켰었다.
또 CJ GLS가 5000억원 규모의 신주 발행을 통한 유상증자로 인수자금을 마련한다는 계획도 들어있다. 신주 인수주체는 지주사 CJ다.
하지만 CJ제일제당의 자산 매각이 빠른 시일 내 이뤄지기 힘들다는 점에서 CJ의 고민이 깊어졌다고 한다.
CJ그룹 핵심관계자는 “부동산 매각은 개발 승인부터 받아야 하기 때문에 기약조차 없는 상황”이라며 “개발 없이 부동산을 매각한다면 팔지 않은 것보다 못한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털어놨다.
CJ는 당초 CJ제일제당 소유의 가양동과 구로동 땅을 공장부지로 개발해 후한 값을 받고 처분한다는 생각이었지만, 용도 변경을 위한 개발허가조차 가능성이 떨어지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CJ GLS의 신주발행을 통한 유상증자도 사실상 추진이 어려워졌다. 막대한 규모의 차입 보증까지 서야 할 것으로 보이는 지주사 CJ가 사실상 여력이 없는 상태인데다, 주주들의 반대 또한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CJ가 믿을 건 삼성생명 주식 매각 방안이 거의 유일하지만, 이 마저도 여의치 않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CJ제일제당의 한 관계자는 “
대한통운(000120) 인수자금 납부 시점에 삼성생명 주식의 가치가 10만원대는 넘으리라 내다본 것으로 안다”며 “지금은 10만원대를 훌쩍 넘지 않고서는 매각하는 게 의미가 없을 정도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의 이날 주가는 9만원대 초반에서 형성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 때문에 CJ는 은행권을 통한 자금 차입으로 인수자금을 먼저 납입하고 상황이 호전되면 삼성생명 주식과 부동산 매각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자산 매각이 완료될 때까지 CJ가 치러야 할 이자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CJ가 필요한 대한통운 인수자금은 최소 1조8000억원에서 최대 2조30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CJ가 안팎으로 점차 여력이 없어지고 있다.
이재현 회장이 주력인 CJ제일제당의 신수종 사업으로 바이오를 지목하고 생산성 확대를 위해 상당규모의 추가 투자를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과 일본이 투자를 늘리면서 제품 생산 과잉으로 인한 수익률 저하라는 경고음이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환율 상승으로 인한 밀가루와 설탕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CJ제일제당의 수익률이 상당히 떨어져 있다. 주주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은 이유 중 하나다.
CJ GLS가 대한통운과의 시너지를 딱부러지게 찾지 못하는 점도 문제다. 대규모 차입 뒤 시너지를 제대로 내지 못할 경우 심각한 문제에 봉착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인수자금 부담 여부에 대해 CJ 측은 "공정위 결합심사가 끝나는 대로 인수대금을 납입하고 일정에 따라 대한통운 인수합병 작업을 순조롭게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