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실적·신용·담합 '트리플' 악재에 '시름'

입력 : 2011-10-12 오후 3:58:30
[뉴스토마토 한형주기자] 3분기 실적 부진→신용등급 전망 하향+담합 과징금→4분기 실적 영향?
 
오는 26일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LG전자(066570) 앞에 놓인 악재가 첩첩산중이다.
 
3분기 실적이 기대만 못 할 것이란 전망은 이미 시장에 지루할(?) 정도로 익숙한 소재가 돼 버렸고, 여기에 무디스의 신용등급 전망 하향,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불공정거래행위 조사 소식까지 겹치며 4분기 실적 개선을 비롯한 LG전자의 남은 행보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 "3분기 실적 기대마라"
 
14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들어 LG전자 실적 전망 리포트를 낸 7개 증권사 중 회사 3분기 실적이 시장 컨센서스에 부합하거나 웃돌 걸로 예상한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다.
 
LG전자의 3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액 13조6000억원에 영업이익은 600억원. 전년 대비 매출액은 1.27%, 영업이익은 11% 늘어난 규모다.
 
하지만 최근 2주간 여의도 증권가에서 집계한 회사 예상 매출액은 13조2000억원, 영업이익은 300억원가량으로 컨센서스를 다소 밑돈다.
 
전문가들은 휴대폰 부문인 MC(Mobile Communicatios)사업본부 적자가 6분기 연속 지속될 것으로 전망, 3분기 실적 악화의 주 요인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3분기 휴대폰 사업 적자폭이 되레 확대될 걸로 보는 관측이 우세하며, 이 때문에 전체 영업이익이 다시금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도 일고 있는 상황이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LG전자의 실적이 워낙 오랜 기간 안 좋았다보니 이번엔 좀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오히려 악화될 걸로 본다"며 "3분기 영업이익이 적자전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이 제시한 예상 영업이익은 180억원이다.
 
박성민 교보증권 수석연구원도 "휴대폰 실적 악화가 전체 매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며 "특히 3분기엔 2분기처럼 에어컨 수요 회복 등 계절성 호재도 없어 영업이익이 더욱 가파르게 추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예상 영업이익은 300억원 이하로 제시됐다.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인 1582억원 대비 1000억원 이상 감소한 수치다.
 
다만 3분기 실적이 이처럼 잔뜩 낮아진 눈높이를 어느 정도 충족한다면(가령 적자폭이 예상보다 작을 경우) LG전자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이 안도의 한숨 정도는 내쉴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산재한 악재에도 불구, 이날 LG전자 주가가 전일 대비 보합권(7만3000원)에서 마무리됐다.
 
소현철 연구원은 "현 주가는 무디스 신용등급 전망 하향을 비롯, 뭇 악재들을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다"며 "오늘 주가가 빠지지 않은 것을 봐도 시장이 LG전자 실적 추이를 담담하게 관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시장의 시선은 이미 LG전자가 올 한해를 마무리하는 4분기 실적을 향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실적 '먹구름', 4분기까지?
 
LG전자의 4분기 실적이 개선된다면, 이는 회사가 최근 내놓은 전략 스마트폰 '옵티머스 LTE(롱텀에볼루션)'에 기인하는 바 클 것으로 점쳐진다.
 
더불어 '시네마 3D TV' 등 TV 라인업이 미국·유럽 등 해외시장에서 얼마나 살아날 지도 관건이다.
 
LG전자 신용등급을 강등시킨 무디스는 "회사가 수익성 회복을 위해 4G(4세대) LTE 스마트폰과 3D TV 시장 점유율(M/S) 확대에 의지하겠지만, 두 사업의 성과가 제대로 실현될 지는 미지수"라며 여전한 미래 불확실성을 확인한 바 있다.
 
국내 증권전문가들도 '일단 지켜보자'며 LG전자 4분기 실적에 대해 신중모드로 접근하고 있다.
 
소현철 연구원은 "'옵티머스 LTE'에 애플 아이폰처럼 마니아층이 강하게 형성된 건 아니지만, LTE 통신망의 특성 상 빠른 속도나 인터넷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신제품은 매력적인 스마트폰일 수 있다"며 "4분기 휴대폰 선전에 힘입어 700억원 정도의 영업이익은 나오지 않을까 한다"고 기대했다.
 
그는 다만 "영업이익이 2000억원 이상은 나와줘야 비로소 의미있는 '턴어라운드'라고 볼 수 있을 텐데, 당장 4분기부터 이같은 선전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4분기 실적에 대해 보다 어두운 관측도 있다.
 
박성민 연구원은 "4분기는 전통적으로 휴대폰·TV 부문의 물량이 많이 나오는 시기인데, LG전자의 경우 쌓인 재고 정리에 보다 집중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가격 인하도 따를 테고, 수요가 기본적으로 안 좋다보니 3분기보다 딱히 나아지리란 보장은 없다"고 밝혔다.
 
◇ LG전자 신용등급, 연쇄 '강등' 우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전날 LG전자에 대해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한다"고 밝혔다.
 
휴대폰 사업 경쟁력이 심각한 수준으로 약화됐다는 판단에서다.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둔화된 상황에서 휴대폰 외 다른 사업부 실적이 가파르게 호전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 또한 등급 전망 하향의 배경으로 지목됐다.
 
통상 무디스는 1차적으로 신용등급 전망을 강등시킨 뒤 3개월 후 실제로 등급을 내리기 때문에, 이번 신용등급 하향이 일회성 요인에 불과하다고 볼 수만은 없다.
 
무디스가 "4분기 실적을 확인하고 나서 등급 하향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이같은 신용등급 하향의 여파가 다른 신용평가사들에 의해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박성민 연구원은 "국제신용평가사로서 무디스의 영향력을 감안, 이 회사가 LG전자의 LTE폰·3D TV 미래성에 회의를 표한 점은 다른 평가사들도 같은 결정을 내리는 데 일조할 가능성이 있다"며 "LG전자의 4분기 실적 발표 이후 연쇄 등급 강등이 잇따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또 다른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LG전자 장기채권 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BBB-'로 하향조정한다고 이날 밝혔다.
 
이번 신용등급 강등은 LG전자의 영업실적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점이 반영된 조치로, S&P는 "LG전자의 스마트폰 시장 대응이 더디다"며 "올해까지 휴대폰·액정표시장치(LCD) 부문의 영업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 TV 등 가격 담합 과징금
 
공정위가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가 TV·노트북·세탁기 판매가격을 담합했는 지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날 확인됐다.
 
공정위는 LG전자 한국마케팅본부에 조사관을 파견, 소비자에게 제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담합 등 불공정 행위가 있었는 지 여부를 살폈다.
 
앞서 공정위는 두 회사의 불공정거래행위 혐의에 대해 조사를 벌여 8월말 전원회의에 회부했다.
 
하지만 당시 삼성과 LG가 담합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자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 공정위 조사는 과거 재조사 결정에 따른 후속조치의 성격이 짙어 보인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담합건은 새롭게 터진 이슈가 아니기 때문에 회사 매출 타격 우려로까지 번지진 않는 양상이지만, 최근 정부가 중소·대기업 간 상생 등을 외치는 추세이다보니 그간 업계 관행처럼 여겨진 불공정행위들이 지속적으로 적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과징금 부담액(300억~400억원)이 회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다는 것이다.
 
미국 등 해외가 아닌 국내시장에서의 담합 여부 조사이다보니, 만에 하나 과징금 판결이 내려진다 해도 벌금 규모는 LG전자 TV 매출의 10%가 채 되지 않는 수준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이번 공정위 조사는 지난 8월에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재조사를 한 번 해볼 것을 주문한 뒤 내려진 후속조치일 뿐"이라며 "불공정행위 여부나 과징금 규모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나온 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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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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