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손해보험사들이 자동차 보험 손해율이 안정적임에도 올해 자동차 보험료를 인하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다가올 겨울철 폭설 등 변수와 함께 아직은 손해율 감소가 안정적인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는 게 손보사들의 입장이다.
그러나 최근 은행은 물론 카드사 등 금융권을 겨냥한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손보업계의 이런 움직임은 소비자들의 분노를 더욱 끌어올린다는 지적이다.
◇ 손보사, '실적잔치'에도 '엄살'
21일 손보업계 등에 따르면 올 1월에 80%대였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이후 8개월째 70%대를 유지하며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순이익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때문에 수면 아래 깔려 있던 보험료 인하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형 5개 손보사들의 8월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증가한 1473억원이었다.
삼성화재가 790억원으로 43.9% 늘었으며, 동부화재 281억원(12.3%), 현대해상이 211억원(9%) 증가했다.
올 1분기(4월~6월) 대형 5개 손보사들이 역대 최고치인 1조원에 가까운 이익을 거둔 데 이어, 지난 8월 당기순이익도 전년대비 급등하자 보험료를 인하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손보사들은 이익 상승은 투자이익이 크게 늘어난 덕분일 뿐 자동차보험은 여전히 적자라며 보험료 인하 목소리에 손사래를 치고 있다.
특히 온라인 보험사의 경우 오프라인 손보사보다 손해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어 섣불리 보험료 인하를 결정할 수 없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대형사가 보험료를 인하하며 중소 업계도 따라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여력이 없는 온라인 보험사가 걱정"이라며 "보험료 인하는 시기상조"라고 난색을 표했다.
그는 또 "동절기가 손해율이 가장 높은 시기"라며 "현재 손해율이 안정됐다고 당장 내리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 손보사 밥그릇 챙기기 '밉상'
하지만 손보사의 이 같은 우려는 실적 등 현실적 근거와 달라, 핑계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손보사들이 우려하고 있는 온라인 자동차보험사들도 올해 일제히 흑자로 돌아섰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악사·하이카·더케이 등 3개 온라인 보험사의 올 4월부터 7월까지 당기순이익은 각각 57억원, 51억원, 4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모두(악사 -27억원, 하이카 -9억원, 더케이 -15억원) 적자를 기록한 것과 비교조차 힘들 정도로 좋은 성적이다.
손보사들의 근거 없는 '핑계'가 도마 위에 오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지난 2월부터 자기차량 사고의 자기부담금이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뀐 것이 손보사의 밥그릇을 키웠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차량 손해액에 관계없이 정해진 금액만 부담하던 것이 손해액의 일정 비율을 부담하는 방식으로 변경돼, 실질적으로 운전자 부담은 늘어난 대신 업체는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정률제로 자기부담금이 높아져 보험사의 이익이 소비자의 피해로 이어지는 꼴"이라며 "정률제 도입은 금융당국의 보험사 봐주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자동차 보험에서는 여전히 적자라는 손보사 입장과 관련, "자동차 보험으로 손해를 봐도 이익 보는 곳에서 충당하면 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소비자들은 이에 따라 손보사들이 고객의 돈으로 이익을 남긴 만큼 자동차 보험료를 인하해 돌려줘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회사원인 윤씨는 "소비자 부담을 늘려서 이익을 얻어 놓고 배부르니까 모르는 척하고 있는 게 밉상"이라며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른 격이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정치권에서도 자동차 보험료를 인하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병석 국회 정무위원회 의원은 지난달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며 "올해도 6년 연속 손보사들의 대규모 영업흑자가 계속된 만큼 자동차보험료 인하 요인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