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정부가 금융감독원의 '공공기관화' 의도를 노골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과 관련, 제재권과 인사권을 확보하려는 의도를 보인데 이어 기획재정부가 금감원의 예산권마저 눈독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 재정부, '감독분담금'→'부담금' 지정 방안 검토
14일 정부 등에 따르면 재정부는 내달 말 열리는 부담금운용 심의위원회에서 금감원 예산의 약 70%를 차지하는 '감독 분담금'을 '부담금'으로 지정해 직접 통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분담금은 금융회사가 금감원의 감독서비스를 받는 대가로 금감원에 내는 일종의 수수료다.
올해 금감원이 거둬들인 분담금은 1867억원으로 금감원 운영수입(올해 2631억원)의 70% 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분담금이 부담금으로 최종 결론날 경우 사실상 금감원 예산권은 정부로 넘어간다고 볼 수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금감원 예산 문제는 부담금 운용위원회의 민간 심의위원들 사이에서 나온 이야기"라며 명확한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그러나 그는 "감독분담금이 '부담금관리기본법' 상 부담금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향후 일정 등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고 여운을 남겨 향후 추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민간위원회의 입장을 대신한 발언이지만 재정부 역시 고민하고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 금융소비자보호원 놓고 금융위-금감원 '갈등' ..제재권은 금융위 손으로
앞서 금융위는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을 놓고 금감원과 갈등을 빚었다.
양측은 협의 끝에 금융소비자 보호조직을 떼내 인사 및 예산에서 독립성을 지닌 금융소비자 보호기관(준 독립)을 내년 초 설립한다는데 합의했다.
금감원장의 추천을 거쳐 금융위가 임명하는 기관장은 금감원 부원장 급으로 두되, 기존 금감원 부원장 직제는 유지키로 한 것.
반면 각 금융권의 규제 위반에 대한 제재권은 금융위가 갖도록 했다. 단, 금융소비자 보호기관은 금감원과의 권한 상충을 피하기 위해 검사 및 제재권을 갖지 않기로 합의했다.
즉 인사권은 금감원이, 제재권은 금융위가 서로 나눠 갖기로 하고 일단락 지었다.
금감원은 핵심 기능인 검사권과 제재권, 인사권에 대해 모두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이기적인 조직'이라 는 여론을 의식해 이런 수준에서 봉합한 것으로 보인다.
◇ 금감원 "용역 대가 수수료 정부 심사는 적절치 않다"
금감원은 이런 상황에서 예산권 문제마저 불거지자 정부가 예산권을 통제하고 금융위 등을 통해 핵심 기능들을 분산시켜 서서히 금감원을 공공기관화 하려는 의도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감독분담금은 감독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받는 수수료인 반면 재정부가 거론하는 부담금은 서비스 대가가 아닌 반 강제로 징수하는 준조세"라며 "정부 조직도 아닌 금감원을 부담금 관리 기본법 적용 대상으로 넣으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는 재작년에 이어 작년에도 나왔던 얘기"라며 "정부가 매년 이맘때쯤 되면 분담금 문제를 자꾸 거론하는데 엄연한 용역의 대가로 받는 수수료를 정부 예산처럼 심사 받게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감원이란 조직은 정부 혹은 금융위에 소속되더라고 조직과 기능은 유지할 수 있다"며 "재정부와 금융위가 감독 분담금 문제와 소보원 제재권 문제 등을 거론하는 것은 금감원을 공공기관화 하려는 의도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금융위의 경우 사무처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에 금감원보다는 퇴직 후 운신의 폭이 좁다"면서 "금감원이 공공기관이 되면 재정부, 금융위의 핵심 인물들은 여러 유리한 상황을 확보하게 된다는 점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