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필현기자] 독일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한 다국적제약사가 ‘한복 입은 여인의 뒷모습’이라는 작품 주제로 달력을 제작해 전 세계 지부에 송부해 눈길을 끌었다.
이 작품은 국내에서 유명한 '패션과 미술의 이유 있는 수다' 단체전을 연 정명조 작가가 직접 손수 그려, 한복 특유의 고운 맵시를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 머크는 14일 정오 충정로 한국의 집에서 간담회를 열고, 한국 미술을 자사 달력을 통해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행사는 머크가 본사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의 연장으로, 지난해부터 한국으로까지 적용 범위를 넓혔다.
독일 본사를 중심으로 지사가 소속된 국가에 미술 작가를 선정해 그 나라의 특유의 문화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올해로 3회 째를 맞았다.
유르겐 쾨닉 한국 머크 대표는 “일상생활에서 늘 접하는 달력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작가와 작품을 알게 되고, 이를 통해 국내 문화예술 발전에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달력에 실린 미술작품은 머크의 67개국 지사에 송부된다.
정명조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여인들은 모두 한복을 입은 채 뒷모습만을 보이고 있다.
적의와 활옷을 입은 왕후를 비롯해 궁궐의 여인, 양반집 규수, 기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의 여인들 모습을 달력에 소개했다.
작가는 비단의 광택과 질감, 화려한 금박 무늬와 섬세한 자수, 각종 장신구를 극사실 기법으로 세밀하게 묘사해 작품의 내용과 더불어 조선시대 전통 의복의 원형을 새롭게 감상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인물화이면서도 뒷모습에만 집중된 화면은 보는 이들의 시선을 화려한 의상에 더욱 몰입하게 하는 한편 익명의 존재로서 살다간 여인들의 내면으로 관심을 돌리게 한다.
원색의 한복과 대비되는 어두운 단색조의 배경은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는 여인의 숙명적 삶과 침묵, 공허함 등을 암시하며 화면에 긴장을 더한다.
전수경 한국머크 홍보부장은 “얼굴을 볼 수 없는 뒷모습을 통해 상상하는 시간을 갖고, 한복의 아름다움에 집중하게 된다”며 “이것은 머크가 생산하는 원료들이 디스플레이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볼 수 있도록 기여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머크는 EBS CEO 특강, 아리랑 TV 인터뷰 등을 통해 300년이 넘는 긴 역사를 가진 장수가족기업으로서의 경험과 노하우가 소개된 제약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