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금융감독원이 보험 가입인수 조건을 엄격히 하고, 보험금 지급 심사를 깐깐히 하는 등 보험사기 예방을 위한 감독강화 방안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보험사기를 판단할 명확한 기준이 없어 '선량한' 예비 보험 가입자나 일반 가입자들에게는 오히려 불편을 초래하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금융당국, '보험사기 예방' 방안 마련 착수
금감원은 24일 보험사기 예방을 위한 감독 강화방안 마련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보험회사가 가입자의 청약을 받을 때 자체적으로 엄격한 조건에 따라 가입인수를 하고, 보험금 지급 심사를 강화 하는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기에 대해 금융당국이 외부 적발도 지속해야 하지만 보험회사들도 자체적으로 보험사기 발생을 막을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 내부적으로 허술한 부분을 관리하도록 한 것"이라며 "아직 계획 단계로 구체화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얼마전 권혁세 금감원장도 보험사기를 '4대 서민금융 범죄' 중 하나로 지목하고 감독 강화를 주문했다.
이에 따라 외부적발은 물론 보험회사 자체적으로 내부 감독강화에 대한 주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보험사들은 보험사기를 막아 지급 보험금 누수를 막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금융당국의 이번 방안에는 기본적으로는 찬성하면서도 계약률 하락과 같은 부작용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보험사기 감독이 강화돼 보험가입이 까다로워지면 계약체결 건수가 줄어 수익이 감소할 수 있고, 보험금 지급 절차가 까다로워지면 민원 발생이 증가해 보험사 입장에서도 부담스럽다는 얘기다.
물론 엄격한 가입인수 조건을 적용하면 그만큼 '불량물건'이 줄어들어 불필요한 보험금 지출을 방지할 수는 있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보험사기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이런 대책 마련에 공감한다"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사기성 여부 판단기준 없어 불편 초래
그러나 보험 가입 조건이 엄격해지고 보험금 지급 심사가 강화되면 예비 보험 가입자나 기존 가입자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직장인 박 모씨(29)는 "보험 가입이 까다로워지면 진짜 보험이 필요한 사람들이 사각으로 내몰려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는 것 아니냐"며 "보험가입을 고려하고 있는 직장인으로서 고객을 잠재적 사기범죄자로 여기는 것 같아 불쾌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동안 보험지급 심사를 철저히 하지 않은 보험사의 책임을 소비자에 전가시키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소비자가 보험상품을 활용하는데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보험 자체의 순기능이 약화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보험사기가 조직화되고 지능화되는 것을 막는 것이 보험업계의 역할"이라며 "보험회사들도 자체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