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용훈기자] 한국거래소가 지난 5월 소속기업을 분류해 투자자 위험을 분산시킬 목적으로 만든 코스닥시장 소속부제가 기업들의 자금조달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중견기업부나 벤처기업부 소속기업들이 제출하는 증권신고서가 반려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금융당국이 우량기업부 소속이 아닌 기업을 차별한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4월 이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2회이상 증권신고서 정정요구를 받은 코스닥 상장사는
엔알디(065170),
테라움(042510),
라이프앤비(034010),
온세텔레콤(036630),
케이디씨(029480),
디웍스글로벌(071530),
AJS(013340),
캔들미디어(066410),
에스티큐브(052020),
더체인지(054120),
엠텍비젼(074000),
디브이에스(046400) 등 12개사다.
이 가운데 중견기업부에 소속된 상장사는 엔알디, 온세텔레콤, 케이디씨, 캔들미디어, 에스티큐브 등 모두 5개사로 전체의 41.67%에 달한다. 벤처기업부 소속 상장사는 AJS, 엠텍비젼 등 2곳(16.67%)이다.
나머지 기업은 투자환기종목이나 거래정지로 코스닥 소속부제에서 제외된 회사다.
반면 우량기업부에 속한 상장사가 제출한 증권신고서가 반려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정정요구의 횟수별로는 중견기업부 소속 엔알디가 모두 4차례로 가장 많았다. 같은 중견기업부 소속 온세텔레콤, 케이디씨가 각각 3차례의 정정요구를 받았다.
벤처기업부의 AJS와 엠텍비젼이 각각 2번, 중견기업부 소속 캔들미디어, 에스티큐브도 2번씩 정정요구를 받았다.
이 가운데 끝까지 정정신고서를 제출해 자금조달을 진행했거나 진행 중인 상장사는 온세텔레콤, 케이디씨, 에스티큐브, 엠텍비젼 등 4개사 뿐이다. 나머지 기업은 현재로선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대해 코스닥 시총 200위 내에 속한 한 중견기업부 소속 상장사 대표는 "중견기업부 상장사들은 상장기업의 가장 큰 이점인 자금조달조차 쉽게 하지 못한다"며 "이미 중견기업부에 속한 이들 사이에선 이런 불만이 팽배하다"고 전했다.
반면 금융감독원 측은 한국거래소가 정한 소속부제는 증권신고서 정정요구를 할 때 고려하는 사안이 아니라고 밝혔다.
금감원 기업공시총괄팀 관계자는 "통계 상 중견기업부 상장사들이 많아 그런 오해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신고서 정정은 자본시장법을 기준으로 요구할 뿐 거래소가 정한 소속부는 참고사항이 아니다"고 전했다.
그는 "정정요구는 부실 기업의 무리한 자금조달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투자자 피해를 막기 위함"이라며 "정정요구를 하다보니 중견기업부 소속 기업들이 대상이 됐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이 정정요구 기준으로 내세운 자본시장법은 '증권신고서 중 중요사항에 관해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가 있거나 중요사항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수리를 거부해선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금감원이 기준으로 삼는 이 조항엔 자의적 해석이 개입될 여지가 높다는 목소리도 있다.
수차례 정정요구를 받은 한 상장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투자위험 누락을 지적하는 경우가 많다"며 "투자위험의 경우 자의적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정정 요구사항은 공시사항이 아닌 탓에 노출되지 않는다"며 "문제는 공모를 앞두고 투자자에게 기업에 대한 불신감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닥 소속부제는 코스닥 기업을 ▲ 우량기업부 ▲ 벤처기업부 ▲ 중견기업부 ▲ 신성장기업부 ▲ 투자주의 환기종목으로 구분한다.
자기자본 700억원 이상이거나 6개월 평균 시총이 1000억원 이상인 기업 가운데 최근 3년 간 매출액 500억원 이상이면 우량기업부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자기자본 300억원 이상 혹은 6개월 평균 시총 500억원 이상인 기업 중 최근 3년 중 2년 이상 당기순이익이 흑자를 기록한 기업은 벤처기업부에 들어갈 수 있다.
신규상장기업이거나 우량기업부나 벤처기업부 선정조건에 미달하는 기업은 중견기업부나 신성장기업부에 속하게 된다.
각 소속부 별 기업수는 중견기업부가 459개로 가장 많고 벤처기업부(301개), 우량기업부(182개), 성장기업부(8개) 등이다.
한편 우량기업부 소속 12월 결산 상장사 149곳의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8886억원보다 25.02% 감소한 6663억원을 기록한 반면 중견기업 387개사 실적은 16.2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는 소속부 제도를 내년 5월 도입 1주년과 정기 변경시기에 맞춰 재정비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