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성수기자] 지난해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이 역대 최고가를 1년만에 갈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 경기지표 호전과 이란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감 고조 등의 영향으로 국제유가 폭등세를 나타내고 있어 기름값 부담이 올해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4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ℓ)당 1929.26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1710.41원)에 비해 12.8% 증가하며 1900원선을
넘어선 것으로 사상최고치다. 또 지난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로 돌입하면서 환율 급등에 따라 33.9% 급등한 이래 13년만에 처음으로 두자릿수 상승세를 보였다.
< 자료 : 오피넷 >
주유소 보통휘발유의 평균 판매가격은 1998년 1122.57원으로 1000원대 진입한 이후 2008년(1692.14원)으로 꾸준히 상승하다가 2009년에는 유가하락으로 인해 1600.72원까지 내려갔다.
이후 2010년에는 1700원대에 진입했고,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며 1900원대에 들어섰다.
특히 지난해 11월 평균 유가 급등으로 휘발유 평균가격은 ℓ당 1981.02원으로 2000원대에 근접하며 월 기준 최고치를 나타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이 ℓ당 1995.59원으로 가장 높고, 인천(1938.09원), 경기(1936.23원), 대전(1933.97원) 순이었다. 서울에서는 중구(2099.31원)와 종로구(2099.1원), 강남구(2089.68원), 용산구(2082.81원) 등이 높았다.
자동차용 경유도 지난해 ℓ당 1745.71원으로 전년(1502.80원) 대비 16.2% 급등하면서 2008년 최고치(1614.44원)를 훌쩍 넘어섰다. 난방용으로 쓰는 등유 역시 지난해 연간 평균 판매가격은 ℓ당 1279.19원으로 전년보다 19.0% 급등하면서 사상 최고가를 나타냈다.
이 같은 전국 주유소 판매 휘발유 가격이 상승한 것은 우리나라 원유 수입량의 80%를 차지하는 두바이유가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평균 두바이유 국제가격은 배럴당 105.99달러로 전년(78.13달러)보다 35.7%나 뛰면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의 지난해 평균 가격은 배럴당 95.10달러로 전년의 79.61달러보다 19.5%, 북해산 브렌트유는 110.93달러로 전년대비 38.1% 올랐다.
한편 국제유가가 미국의 제조업·주택 관련 지표의 잇따라 개선으로 경기회복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최근 8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 주말보다 4.13달러(4.2%) 오른 배럴당 102.96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거래된 북해산 브렌트유도 배럴당 112.13달러로 전거래일보다 4.12달러(4.4%) 상승했다.
또 우리나라 유가에 영향을 미치는 싱가포르 국제 현물시장의 석유제품가격도 모두 강세를 기록했다. 싱가포르 시장에서 배럴당 휘발유가 116.28달러, 경유가 125.92달러로
전거래일보다 각각 1.93달러, 1.70달러 올랐다.
업계는 "이란 제재 등으로 인해 중동 지역의 정세가 불안정해질 수 있어 작년보다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다만 "환율이 지난해 수준과 비슷하다면 국내 석유제품 가격 올해 급등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승연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란의 원유 수출량은 지난해 기준 하루평균 244만 배럴"이라며 "미국이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안에 서명하면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며 유가 상승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