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해외진출 허와 실)③현지 증권사로 철저히 탈바꿈해야

"인력유치 이전에 우리나라 기업 문화 바꿔야"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 들고 나가야 가능성 높아"

입력 : 2012-01-13 오후 4:54:54
[뉴스토마토 박제언 기자] 증권업계가 비좁은 여의도를 떠나 해외로 뻗어가고 있다. 미국, 일본, 영국 등 선진국을 비롯해 동남아, 중동, 남미까지 손길을 뻗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상반기(4월~9월)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점포는 4000만달러가 넘는 손실을 입었다. 구체적인 전략이 없이 막연한 기대만 가지고 해외로 나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 해외진출의 현 주소와 향후 개선점에 대해 3회에 걸쳐 알아본다.(편집자 주)
 
국내 증권사의 해외진출 성과는 아직까진 수치상으로 비관적이다. 작년 상반기(4~9월)까지 4300만달러(한화 490억원 규모) 손실을 냈고, 하반기도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손실에서 이익으로 돌아설지 장담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국내증권사이 해외 진출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전략을 세우되 이미 거대화된 글로벌 금융투자회사(IB)와 맞서기보다 새로운 시장에서 현지화한 증권사로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 신흥시장의 현지화(Local) 전략
 
증권업계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해외에 진출한 국내 증권사 19곳은 대부분 미국(뉴욕), 영국(런던), 홍콩에 현지법인이나 사무소를 개설하고 있다. 세 군데는 전세계의 자본이 모이는 선진금융지다. 이 때문에 한국 증권사 외에도 각국의 내로라하는 증권사나 은행들이 모여 금융전쟁을 벌이기도 한다. 이미 경쟁하기에는 힘든 '레드오션'이 돼버렸다는 의미다.
 
국내 증권사들이 최근 베트남이나 캄보디아 등 자본시장이 커가고 있는 신흥시장에 보금자리를 만들고 있는 이유도 독자적인 먹거리를 찾기 위해서다.
 
미래에셋증권(037620)의 경우 국내 증권사 중 유일하게 남미 브라질 상파울로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사업을 펼치고 있다.
 
현지 증권사를 인수합병해 현지화 전략을 구사하는 증권사들도 있다. 현지 증권사가 외국계 증권사 보다 비교 우위에 있는 브로커리지 수익을 노리는 전략이다. 향후 현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중·소규모 기관투자자를 유치하고 직접 영업을 하며 규모를 키워나갈 수도 있다.
 
우리투자증권(005940)과 한국투자증권 등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에서 현지 증권사의 지분을 인수해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영업을 진행하고 있다.
 
동양증권(003470)의 경우 미국내 투자사인 ESAE캐피탈파트너스를 인수해 TYECM(Tong Yang Esae Capital Markets)를 설립한 바 있다. 인수합병(M&A) 사업과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를 위한 차원이다.
 
허재원 하나대투증권 국제영업부 팀장은 "국내 증권사 지점으로서가 아니라 현지 증권사, 즉 로컬(Local) 증권사로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수월하다"며 "알려진 고객이 아닌 현지 고객을 포섭하고 사업을 펼쳐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 좋은 인재 위한 여건 조성 필요
 
향후 규모를 키워 선진 금융시장에서 결쟁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투자를 통한 인재 확보도 중요하지만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도 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증권업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리먼 브러더스 사태 당시 외국계 IB에서 높은 보수를 주고 인재를 많이 끌어왔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이후에도 IB영역에서 국내 증권사가 특출한 성과를 도출해낸 사례는 없다.
 
마찬가지로 해외에 진출한 증권사의 현지법인에도 각 증권사들은 좀더 빨리 투자 성과를 얻기 위해 국내에서 파견한 인력 외에 외국계 인력을 영입했다. 그러나 외부 영입 인력도 국내 증권사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아직까지 내진 못했다.
 
이에 대해 '스카웃'한 인재의 무능 보다는 그들이 능력을 펼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의견도 나온다.
 
박상순 보스턴컨설팅 파트너는 "우리나라 증권사들은 우리나라 사람 중심으로 일을 컨트롤하다보니 (외국계의) 인재를 유치하기 힘들고, 유치했다 하더라도 인재가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어 금방 나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 자신있는 분야 들고 나가야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라는 말은 증권사 해외진출에서도 적용될 법하다.
 
무엇보다 해외로 나갈 때는 가장 자신있는 사업영역, 상품을 들고 나가라는 것. 국내 증권사는 저마다 특정 분야에 강점이 있다. 이같은 강점을 들고 나가야지 해외에 나가서 새로운 상품을 만든다거나 글로벌 IB의 사업을 모방해서 사업을 하는 형태로는 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는 의미다.
 
현대증권(003450)도 "전통적 IB분야에 동시진출하기 보다 국내에서 쌓은 고유의 경험을 바탕으로 신흥국을 대상으로 한 외국기업 국내 기업공개(IPO), 원화채권 해외조달 등의 해외IB사업 기회를 찾아 개발해 선점할 계획"이라고 해외전략을 밝혔다.
 
신보성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기업 투자자를 공략할 때는 우리가 잘하는 것을 들고 가야 한다"며 "현재로서 IB업무는 약하고 국내 증권사가 강한 기존 브로커리지 세일즈를 가지고 접근해야 조기 수익실현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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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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