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관종기자] 정부의 KTX 민간 운영자 선정이 4월 총선 이후로 늦춰졌다.
당초 정부는 이달 중 사업자 모집공고를 시작으로 선거 전 업체를 선정하는 등 민영화 사업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을 고수해왔다.
결국 국민여론을 의식해 민영화를 반대하고 있는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와 논의 끝에 연기하기로 결정되면서 국책사업도 선거 앞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일정이 연기돼도 사업 추진에 대한 정책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못박아 여전히 대국민 여론수렴에는 인색하지만 국회에는 약한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주 한나라당 비대위와 논의를 벌여 1월 중 공개하기로 했던 KTX 민간참여 사업제안요청서(RFP) 공개를 4월 총선 이후로 연기하기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이에 따라 6월 철도 운영 면허신청, 7월 민간 업체 제안평가 및 우선협상대상자선정에 이어 올 하반기부터 최종 선정된 민간업체가 KTX 수서발 노선에 대한 운영권을 가져가게 된다.
국토부는 지난해 12월27일 대통령 업부모고를 통해 KTX 민간참여 사업 추진을 확정하고 이달 제안요청서를 공개하는 등 총선전 사업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국토부가 사업 추진을 서두른 것은 지난해 6월 착공에 들어간 수서~평택 간 KTX노선(총연장 61㎞)의 2015년 개통에 앞서 민간업체가 면허 받아 운영 준비를 하고 열차를 주문 생산 하는 기간이 최소 3년 이상 소요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국토부가 당초 주장과 달리 사업 일정을 연기함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 반대여론을 의식한 여당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정부가 사업 시기를 총선 이후로 미룬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국민들의 의견을 듣고 정부 정책에 대한 지지를 받기 위해 사업을 연기한 것뿐이라고 일축했다.
김한영 교통정책실장은 "두달정도 미뤄진다고 해서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며 "소통차원에서 공감대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어 그런 과정을 거치는 것이 정부가 민의에 대답하는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총선이후로 연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부 국민들이 SNS로 표현한 반대 의견에 비해 찬성하는 의견이 더 많다는 생각"이라며 "일부 반대가 있다는 단순한 이유로 정부정책을 반대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정부가 정치권과의 합의로는 사업 계획 수정이 가능하면서 국민의 반대목소리에는 귀기울이지 않는 다는 지적도 있다.
사업이 연기된 두달여 기간을 '국민 소통'의 시간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국토부는 '무조건 사업 추진'을 전제했기 때문에 소통이 아닌 일방적인 정책 전달이라는 것.
김 실장은 "어떤 일이 있어도 총선 이후에는 추진될 것"이라며 "이번 사업은 법개정이나 누구의 동의도 필요하지 않은 행정처분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 실장은 이어 "두달 동안 국민들을 설득시키고 충분히 설명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며 "실제 현장에 나가보면 철도 경쟁 도입을 찬성하는 목소리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는 이달 중 코레일의 요청에 따른 끝장 토론회 개최와 대국민 상대 공청회를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