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나연기자] 석패율제 도입을 두고 민주통합당과 군소 야당의 야권연대가 쟁점화되고 있다.
그러나 지역주의 타파를 내세운 석패율제 도입이 정치적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 의원들마다의 정치적 셈법이 있을 뿐 정당별 이익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통합진보당 노회찬 대변인은 26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석패율제가 지역구도를 타파하거나 완화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 대변인은 "다만,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이 확실시된다면 석패율제를 포함해 어떤 조건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민주통합당이 우리에게 견해를 물어온 적도 없고 우리를 설득하기 위해 어떤 조건을 제시하는 등의 양해도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통합진보당은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이 석패율제 도입을 잠정 합의한 데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내비쳐왔다.
야권연대를 외치면서도 이해를 구하거나 설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민주통합당 신경민 대변인은 이에 대해 "오늘 노 대변인의 마지막 발언에 시사점이 있다"며 "통합진보당과도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대변인은 "다만, 민주통합당 내부에서는 석패율제는 최선은 아니지만 고질적인 지역주의를 타파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했다.
민주통합당은 우선 신중론을 견지한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은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결사 반대하고 있는 데다가 민주통합당 내부에서도 석패율제를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민주통합당 전병헌 의원은 "민주통합당의 기존 당론은 권역별 비례대표제"라며 "그런데 권역별 비례대표제라는 기존 당론의 변경 없이 석패율 제도가 사실상 기정사실화 되는 것에 대해 매우 심각한 우려를 지적하고, 이 문제와 관련해 입장을 바꿀 것이라면 의원총회를 열어 당론의 변경절차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석패율 제도보다는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훨씬 더 국민들에게 당당한 입장으로 지역구도와 지역색 탈피하고 극복하는 정치적 제도개선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김유정 원내대변인은 "당론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며 "통합진보당이 주장하는 독일식 정당명부제는 한나라당이 죽어도 안한다고 하니까, 그러면 차선책으로 가야하지 않나"라고 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지도부도 의견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당내에서도 의견이 다른 이유는 석패율제 도입에 따른 의원들 간의 정치적 이해득실이 다르기 때문이다.
김준석 동국대 교수는 "석패율제 도입은 지역주의를 해소하자는 명분이 있지만, 기성 정치인들에게 있어 안전장치 기능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석패율제는 일본에서만 도입하고 있는데, 일본 내에서도 좋은 제도라고 평가받고 있지 않다"며 "곡해되고 잘못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는 이어 "통합진보당이 극렬하게 반대하지 않는 이유는 통합진보당도 일정부분 수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각 정당들이 각자의 이익을 따져봤을 때 석패율제를 굳이 안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를 두고 느닷없이 다른 지역구로 출마하는 이유에도 석패율제도 염두에 둔 것 아니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통합당은 27일 대구에서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석패율제와 관련해 영남지역민들과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