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석동 위원장의 깊고 용기있는 고민 필요한 때

입력 : 2012-01-30 오후 4:08:18
[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한때 '헌재 패러디 놀이'가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2009년 10월 헌법재판소가 미디어법과 관련해 "권한침해는 인정된다"면서도 "미디어법은 유효하다"고 결정한 것을 두고 인터넷에서 헌재 판결을 비꼬는 패러디가 쏟아졌던 것.
 
당시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은 "아내는 맞지만 와이프는 아니다", "때린 건 맞지만 폭행은 아니다" 등 헌재 패러디로 도배 돼 누리꾼들의 실소를 자아냈다.
 
최근 또 다시 헌재 판결에 버금가는 궤변 수준의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7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론스타의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에 대한 판단 얘기다.
 
금융위는 이날 "2010년 말 기준으로는 (론스타를) 산업자본으로 볼 수 있지만 현 시점에서는 (산업자본이)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산업자본이지만 산업자본이 아니다'라는 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지 금융계 안팎에서 논란이 거세다.
 
금융위는 "론스타가 2010년 말 기준으로는 비금융 부문 자산이 2조원을 넘어 산업자본으로 볼 수 있지만 현 시점에서는 아니다", "산업자본의 금융기관 소유를 제한하는 은행법은 입법 취지상 국내 산업자본에만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론스타를 산업자본으로 인정해 주식처분명령을 내리면 과거 다른 은행을 인수한 JP모건이나 씨티그룹 등에도 똑같은 행정처분을 해야 하므로 산업자본 결정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덧붙였다.
 
산업자본 판단 기준이 시점에 따라 달라지고, 국내 자본인지 해외 자본인지에 따라 달라지며, 심지어 이전에 판단한 다른 금융사들의 소급여부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금융위의 이번 결정을 과연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는가.
 
금융당국은 또 이번 론스타 발표 당시 "앞으로도 비금융자산을 2조원 이상 소유한 외국 자본이 국내 금융사를 인수하는데 문제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자의적인 법 해석도 모자라 국내 자본을 역차별하는 법을 만들어 또 다른 '먹튀' 가능성을 열어 놓은 셈이라는 비난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제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지주(086790)에 넘긴 대가로 약 5조원에 달하는 돈을 챙겨 떠날 일만 남겨 놓고 있다.
 
현재로서는 론스타의 '먹튀'를 막을 마땅한 방법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더 이상의 국부 유출 방지와, 향후 법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를 구축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금융당국은 이번 결정에 대해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마지막 '책임'은 지고 가라는 요구들이다. 김석동 위원장의 깊고도 용기있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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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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