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나래기자] 연휴 전날에 진행됐던 KTX 민간참여에 관한 찬반 논리의 팽팽한 접전이 또다시 이어졌다.
국토해양부는 30일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철도운영 경쟁도입 공개 토론회를 개최하고 경쟁도입 방식의 필요성, 요금인하, 경쟁도입 시기 등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찬반 양측 각각 3명이 참여해 지속적으로 논란이 됐던 경쟁체제 도입 시기, 대기업 특혜 논란 등에 대한 열띤 공방을 벌였지만 좀처럼 이견차가 좁혀지지 않았다.
◇경쟁체제 도입시기.."정치적 개입 없나?"
이날 토론회는 김수욱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의 사회로, 찬성측은 고용석 국토해양부 철도운영과장, 박기남 동의대학교 교수, 양근율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소장이, 반대측은 황영식 한국일보 논술위원, 조인성 한남대학교 교수, 황시원 동양대학교 교수 등 각각 3명이 토론자로 나섰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고용석 국토해양부 철도운영과장은 '철도 운영 경쟁체제 도입방안'을 발표하며 "오는 2015년 수도권·호남 고속철도 개통시기에 맞춰 지금이 철도운영 경쟁도입의 적기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추진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100여년간의 코레일 독점을 타파하며 철도 중심 교통체계 구현을 위해서는 철도망 투자확대와 함께 건전한 경쟁을 통한 철도운영 효율화가 절실하다"며 "정책연구용역과 교통연구원과 철도학회 세미나 등 장기간 검토와 논의를 통해 확정된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새로운 철도운영자가 안전하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인력양성, 차량준비 등 인프라 구축에 최소 30개월이 소요돼 2014년 완공 예정인 수서발 고속철도 개통 준비가 촉박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황영식 한국일보 논설위원은 "장기간 논의되고 있었던 것은 인정하나 최근 시급하게 제기된 것이 사실"이라며 "적당한 시기가 아니며 총선 시기와 맞물려 정치적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먼저 정치적인 근거들이 선결돼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또 동양대학교 황시원 교수는 "현 시기는 기술력을 발전시켜 하나로 나아갈 때"라며 철도부품 수출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일본의 경우를 들며 "코레일 또한 외부에 인력을 파견하는 방법 등을 고려한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중요한 시기에 정치적으로 이용되서는 안될 것"이라며 "코레일에 국민의 이름으로 요청해 한번 더 기회를 줘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고용석 과장은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는 시기라 방안을 추진하는 데 더욱 어려움이 있으나 철도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적기라 판단하고 시행하는 것"이라며 "코레일의 경우 매년 외부에서 개혁의 칼날이 있었으나 자발적인 경영개선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는 "잘할수 없는 공기업의 구조를 가지고 있어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또다시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로는 하나.."수요자의 선택이 없는 경쟁?"
철도 경쟁체제 사업 도입 방식에 대한 의견도 분분했다. 국토부 측은 이번 철도 경쟁체제 사업에는 참여경쟁, 직접경쟁, 비교경쟁, 잠재경쟁, 수단경쟁 등 다양한 경쟁방식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일정기간 선로사용 참여를 위한 참여경쟁과 일정구간 경쟁 후 점차 전 구간을 확대하는 직접경쟁, 철도공사와 신규사업자간 요금·서비스 등을 경쟁하는 비교경쟁, 미리 경쟁에 대비해 서비스 및 효율성 향상을 경쟁하는 잠재경쟁과 자동차·항공 등과 경쟁하는 수단경쟁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반대 측에서는 '선로가 하나'라는 점에서 다른 경쟁체제와는 다른 구조라고 반박했다.
황영식 한국일보 논술위원은 "철도는 한길로 가는 것이므로 수요자의 선택 가능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철도 선택은 서비스로 판단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가까운 역사를 택해 출발하는 등 거주지에 의해 좌우될 뿐 경쟁의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방청객도 "서울발 용산발 열차가 있을 때 사람들이 각 역을 찾는 것은 서비스가 좋아서가 아니라 가깝기 때문"라며 "이건 경쟁체제 도입이라고 할 수 없다" 말했다.
◇국토부 "요금인하 없으면 정책 접겠다"
국토부는 '요금인하를 통한 철도수요 창출이 정책목표'라고 주장하며 "요금이 코레일보다 비싸면 정책을 접겠다"고 강경 대응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고 과장은 "민간참여 과정에서 요금 인하가 안되면 정책을 철회할 것"라며 "서비스나 안전에 문제가 있는 민간사업자는 시장에서 퇴출하거나 운행감축, 시설임대료 할증 등의 위험이 있다"고 대기업 특혜 논란에 대해 일축했다.
국토부는 민간에게 고속철 운영권을 넘기는 과정을 공개경쟁을 통해 진행할 계획이며 사업자 선정 공모 시 요금인하 조건을 명시하고 주기적인 임대계약의 요금인하 내역 평가 등의 운영방안을 두고 민간사업자를 참여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황시원 동양대학교 교수는 "서비스, 안전성이 좋아지면 요금은 올라갈 수 밖에 없다"며 "만약 요금을 올리지 못하면 수익이 나지 않아 인천공항철도와 같은 상황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부가 선로를 내주면서 선로유지비, 역사 임대저리, 적자노선 부담 면제 등의 혜택을 주는 것 자체가 대기업에 대한 혜택"라고 덧붙였다.
이에 고 과장은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나는 가수다'를 예로 들며 "7명의 가수가 나와 경쟁적으로 노래를 하면 국민들이 판단해 탈락가수가 결정된다"며 "앞으로 철도사업도 국민들의 선택으로 보다 감동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토론회에 앞서 국토부는 설 연휴 전날인 지난 20일 경기도 과천 시민회관에서 한국철도공사(코레일)측과 한 차례 토론회를 가진 바 있으며 이날 오후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수서발 고속철도(KTX) 민간운영자 선정을 둘러싸고 찬반 공방이 치열한 가운데 여전히 양측의 갈등은 깊어지고 있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