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제언 기자] 최근 국내증시에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매수가 이어지는 가운데, 올 증시가 상반기에 고점을 찍고 하반기에 떨어지는 '상고하저(上高下低)' 장세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3일 증권업계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초부터 지난 2일까지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7조7313억원의 주식을 사들였다. 지난달만 6조3000억원 규모였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같이 연초부터 외국인의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는 것에 대해 "미국 경기지표가 개선되는 등 대외 리스크 요인이 완화되고 새해들어 포트폴리오 재조정 과정에서 펀더멘탈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한국에 투자를 확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자금 유입 이유는 '저가매수'
증권업계도 유럽 재정위기 완화 기대감이 조성되며 해외 주식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르지 못했던 우리 시장상황이 외국인의 매수 욕구를 당겼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최원곤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3일 "최근 외국인의 한국시장에 대한 매수세가 전적으로 프로그램 매수에 의한 것이라고 하기보다는 시장의 여건이 충족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유럽 재정위기 이후 기존에 비슷하게 움직이던 해외 주식시장들이 차별적인 흐름을 나타내고 상대적으로 펀더멘털이 양호한 우리 시장으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외국인의 한국시장 순매수를 이끄는 요인으로는 ▲이익성장성 ▲위험수준 ▲한국시장의 비중변화 ▲환율 및 미국 금리의 변화 등을 꼽았다.
김형렬 교보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은 지난 8월 수준을 회복했지만 환율은 여전히 1120원 수준"이라며 "외국인 입장에는 싸다는 인식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즉, 주식 보다 원화자산 관점에서 주식을 선택했다고 보고 있다.
◇하반기 지속적인 상승?..'글쎄'
그러나 하반기에는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선거 등과 연관된 재정지출 이슈와 경기 둔화 우려감 등으로 지수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는 것이 증권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 때문에 최근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져 코스피 2200포인트까지는 오를 가능성은 있지만 하반기까지 상승세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로 보고 있다.
조강래 IBK투자증권 사장은 "올해 세계 각국에서 정권 교체가 이뤄지며 유럽악재보다 영향을 많이 끼칠 것"이라며 "예산조기집행, 긴축완화 등이 상반기 이뤄지면서 상고하저가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유럽 재정위기와 선진국의 소비시장 위축이 여전히 지수에 부담이 된다는 분석도 있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올해 전체적으로 세계 경기회복이 미미한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의 성장이 가속화할 내년 하반기나 돼야 본격적인 상승 추이로 돌아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원선 토러스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2012년 주식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는 상고하저의 패턴을 예상한다"며 "경기와 물가가 주가에 긍정적으로 바뀌는 국면에서 발생한는 턴어라운드 모멘텀에만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고 그 지점이 상반기"라고 강조했다.
반면, 하반기 주식시장은 정부의 역할 축소와 선진국 소비 한계로 글로벌 경기모멘텀이 다시 둔화되고, 인플레이션 부담이 다시 제기되는 가운데, 미국 선거 시즌에 재정지출 축소 이슈가 맞물리며 다시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