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서지명기자]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스마트TV 접속차단 사태로 인한
KT(030200)와
삼성전자(005930)에 대한 제재방안에 대한 의결이 미뤄지면서 방통위의 속내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방통위는 KT와 삼성전자에 제재조치를 마련하겠다고 공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제재의 근거가 마땅치 않은 데다 전례가 없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사안에 대한 해결이 늦어질수록 비난의 화살이 방통위로 쏠리고 있다는 점에서 징계수위를 높이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22일 열린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예상과 달리 'KT의 스마트TV 서비스 접속제한에 관한 제재사항'은 의결사항에 오르지 않았다.
다만 이날 전체회의에서 방통위원들은 피해자 사과 및 피해보상, 최대 영업정지 등의 제재에 대한 법률검토를 해야 한다며 다시 한 번 목소리를 높였다.
양문석 상임위원은 "방통위가 사과 요구를 구걸하는 듯하다. 방통위를 능멸하는 것 아니냐"며 "KT가 전화 3번해서 열받아서 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대기업이 왜 싸웠고 극단적인 행동까지 했는지 다음 회의 때 양사를 불러서 의견청취 해야한다"고 격노했다.
신용섭 위원도 "이용자 대책 만들자고 했지만 일주일이 지나도록 대책이 안나왔다"며 "삼성은 제출했는데 KT는 왜 안했나. 방통위를 어떻게 보는 것이냐"고 말했다.
이에 석제범 통신정책국장은 "양사에 사과와 대책을 요청해 보고하도록 했고 KT도 24일까지 제출키로 했다"며 "구체적 사과계획과 내용이 보고되면 차질없이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지난 15일 KT의 스마트TV 접속제한 조치 이후 5일 만에 중재를 통해 사태를 해결하며, 스마트TV 분과를 구성해 앞으로 협의에 나서는 한편 향후 유사 행위가 있을 시 엄중한 제개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가 미진하다는 지적에 따라 이용자 피해보상과 징계에 대한 논의를 차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어느 한 쪽의 주장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사업자의 이해관계 때문에 이용자가 피해를 입어서는 안된다'는 관점이지만, 실제로 이번 접속제한 조치로 인한 소비자 피해접수 사례는 크게 많지 않았다.
또 지난해 케이블TV와 지상파와의 분쟁에서 벌어진 방송 송출 중단 사례와도 비교되고 있지만 전기통신 분야와 방송 분야는 관련법제와 규정이 현격하게 차이가 있는 만큼 사안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방통위원들은 모두 한 목소리로 징계수위를 높이라고 했지만 제재의 근거가 마땅치 않은 데다 전례가 없어 내부적으로는 곤란한 상황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용자 불편사항을 초래한 점과 관련 법령 위반 여부 등을 대상으로 제재수위를 논하고 있다"며 "KT와 삼성전자 모두에게 합리적인 수준에서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방통위는 스마트TV에 있어서 제조사가 비용부담을 해야한다는 기본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KT의 이번 접속제한 조치가 인터넷 종량제를 도입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스마트TV가 데이터 과부하를 일으키니 망 이용대가를 내라는 주장은 결국 데이터 이용량에 따라 비용을 부과하는 인터넷 종량제 도입을 정당화하기 위한 희생양을 스마트TV로 삼았다는 설명이다.
지난 15일 있었던 전체회의에서도 KT가 접속제한 조치의 주체지만, 삼성전자에 일차적인 원인이 있다고 발언하는 데서 방통위의 기본적인 정책방향을 알 수 있다는 평가다.
방통위 관계자는 "기존에 깔린 초고속인터넷 망은 스마트TV라는 막대한 트래픽 유발자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며 "기본적으로 인터넷 정액제에서 트래픽을 유발하는 사람은 어떠한 식으로든 상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