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독일 정부가 다음달부터 태양광 발전 보조금을 추가로 감축한다고 밝히면서 국내 태양광 업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독일이 세계 최대 태양광 시장인 만큼 이번 발표로 태양광 시장이 또 다시 얼어붙지 않겠냐는 우려가 일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미 예견했던 상황"이라는 반응을 보이며 차분한 모습이다.
24일 주요외신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23일(현지시간) 태양광 발전설비 규모에 따라 보조금을 20~30% 차등 삭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발전차액 지원정책을 오는 3월9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발표 시기가 다소 앞당겨졌지만 전부터 예견해온 상황이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태양광 모듈 업계 관계자는 "독일은 이전부터 보조금 감축을 진행해왔고, 국내 업체 중에는 독일 시장에 직접 수출하는 기업이 많지 않기 때문에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모듈 업계 관계자도 "감축안 발표가 예상보다 한달 앞당겨지긴 했으나 보조금 축소로 인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독일 시장의 위축은 예상되나 전체적인 태양광 시장 흐름에는 영향이 미미한 '잔물결' 수준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일·중 '신흥시장', 독일 감소 채워줄 것"
이처럼 업계가 차분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올해부터 미국, 일본, 중국 등 신흥시장이 성장하면서 독일의 수요 감소 부분을 채워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서다.
미국은 현재 36개 주에서 에너지 사업자가 공급량의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를 시행하고 있으며,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오는 2016년까지 태양광 발전에 대한 투자세액 공제(ICT)를 제공키로 하는 등 태양광 보급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일본은 오는 7월부터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 가격이 기준가보다 낮으면 차액을 지원하는 발전차액지원제(FIT)가 시행됨에 따라 태양광 설치 수요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지난해 가정용 태양전지의 수요가 40%나 증가하는 등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 태양광 발전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중국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FIT를 도입하는 등 오는 2015년까지 태양광발전설비를 15기가(GW)까지 늘리기로 했다.
◇"설치업체들은 직격탄"
업계가 독일의 보조금 축소를 나쁘게 보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태양전지 제조과정에서 생산된 제품 가격이 빠질만큼 빠졌다고 보고 있어서다.
OCI(010060)의 2011년 4분기 IR 자료에 따르면 태양광 시스템 원가구조에서 모듈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1분기 47%에서 2011년 1분기 36%로 11%포인트 낮아졌다. 이는 폴리실리콘과 모듈 등의 가격이 급격히 하락한 탓으로 그동안 설치단을 제외한 채 가격 하락이 이뤄졌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가격 인하 여력이 없는 전방 산업이 아닌 수익률이 높은 설치업체들을 중심으로 독일의 보조금 축소의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박기용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폴리실리콘 가격은 안정세에 접어들어 독일 보조금 축소의 영향은 받지 않을 것"이라며 "그동안 변동이 없었던 설치 비용의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업계 관계자도 "독일의 보조금 감축은 설치사업자에 직접 영향을 미치게 돼 수익률 감소가 불가피 할 것"이라며 "시장 가격의 마지노선에 있는 일부 회사는 생존의 기로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태양광 전체 시장, 30기가와트 가능?
한편 올해 전체 태양광 시장에 대한 전망은 신흥시장의 괄목할만한 성장으로 독일의 수요 감소분을 상쇄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와 반대로 주춤할 것이라는 쪽으로 의견이 엇갈린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태양광 시장이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비유럽지역의 설치량이 늘어 전체 시장이 전년보다 성장했다"며 "올해도 이들 신흥국 시장이 보조를 맞춰 준다면 전체 시장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도 "신흥시장의 수요 증가가 예상돼 독일의 보조금 축소가 시장의 큰 방향성을 바꿔놓지 않을 것"이라며 "올해 태양광 시장은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거나 지난해보다 3.8% 성장한 30기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백영찬 현대증권 연구원은 "감축안 집행이 통상 한달 전 발표 뒤 시행되는 것과 달리 이번에는 갑작스럽게 발표돼 시장이 충격을 받을 것"이라며 "독일이 최대 시장인데다 보조금 축소의 파급 효과가 큰 만큼 올해 시장 예상치인 30GW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