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권리찾기(30)불완전판매 밝혀져도 100% 보상은 어려워

입력 : 2012-03-02 오전 10:00:00
[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금융은 필요할 때 자금을 융통해 경제주체들이 원활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금융제도나 정책적 오류·부실, 금융회사의 횡포, 고객의 무지와 실수 등으로 금융소비자들이 금전적·정신적 피해와 손실,
부당한 대우를 당할 때가 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금융소비자들이 이런 손실과 피해를 입지 않고 소비자로서 정당한 자기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사례를 통해 보는 '금융소비자권리찾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30)
 
10여년 전 직장을 퇴직한 이 모씨는 노후자금 중 일부를 은행에 예금하기 위해 부인 한 모씨와 함께 A은행을 방문했다.
 
이씨는 A은행의 담당과장 김 모씨와 예금 상담을 하던 중 김씨가 "원금보장도 되고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이 있다"며 펀드 가입을 권유해 2년 만기 펀드에 총 3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이씨가 가입한 펀드는 투자기간 중 '코스피200'과 '니케이225' 지수가 모두 기준지수의 30%를 초과해 하락한 적이 없으면 만기시 연 8%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지만, 하나라도 기준지수의 30%를 초과 하락할 경우 낮은 수익률 기준으로 돈을 돌려받게 되는 '원금보장 불가' 상품이었다.
 
6개월 뒤 펀드금액을 찾기 위해 은행을 방문했던 이씨는 돌려 받는 돈이 1억9709만4725원밖에 안 된다는 사실에 어이가 없었다. 니케이225지수가 34% 가량 하락해 원금손실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펀드 가입 당시 원금손실 등에 대해 제대로 설명을 들은 적이 없고, 펀드통장 이외 다른 어떤 설명자료도 받지 못한 이씨는 높은 이자는 커녕 1억이 넘는 원금손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럼에도 담당자 김씨는 "상품 운영구조는 물론 원금손실 가능성에 대해 모두 설명했다"며 "다만 이씨를 대신해 '간접투자상품 거래신청서'와 '투자설명서 교부 및 주요내용 설명확인서'를 작성하고, 거래인감을 대신 날인한 것은 이씨가 74세로 고령인 점을 감안해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이씨에게 운용보고서를 보내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대부분의 고객들이 운용보고서 수령을 거절하기 때문에 이씨에게도 따로 묻지 않고 '운용보고서 통보거절'로 전산 입력했다"고 말했다.
 
이에 이씨는 "A은행의 명백한 펀드 불완전판매"라며 은행의 원금손실에 대한 손해 및 이자 배상을 요구하며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담당자 김씨가 '투자설명서'를 교부하지 않았다고 무조건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상품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는 김씨의 주장에 대해 이씨가 극구 부인하고 있는 만큼 제대로 정보를 제공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위원회는 "'투자설명서 교부 및 주요내용 설명확인서'의 '제공받고', '설명들었음' 부분 및 '가입자 성명'을 모두 담당직원이 '대필 작성'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담당직원 김씨가 펀드 판매시 주요내용을 정확히 설명했다는 것을 입증할 아무런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위원회는 또 "신청인이 고령이고 이전에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실적배당상품에 투자한 경험이 없었음에도, 김씨가 그에 따른 충분한 고려 없이 위험성이 높은 펀드의 가입을 권유한 점과 이씨에게 묻지도 않고 임의로 '운용보고서 통보거절'로 전산 입력해 이씨가 해당 펀드의 주요내용 등을 파악할 기회를 상실케 한 점을 들어 불완전 판매가 맞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위원회는 이씨에게도 과실이 있는 만큼 A은행이 모든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씨는 투자자로서 상품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투자했어야 했지만 담당직원의 말에 의존해 투자를 결정했고, 펀드 통장에 '예금자보호법에 의해 보호되지 않는다', '기초자산 : 코스피200, 니케이225'라고 적혀 있었음에도 부인이 통장을 받아 자신은 몰랐다는 것은 명백히 이씨 책임이라는 것이다.
 
위원회는 이에 따라 A은행에 대해 이씨에게 손해금 1억290만5275원에서 이씨의 과실 60%를 공제한 나머지 금액인 4116만2110원을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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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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