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손지연기자] 연초 개선된 경기지표들을 본격적인 경기회복 신호로 판단하기는 무리라는 전망이 나왔다.
경기지표 개선이 지난해 말 크게 위축됐던 경기의 반등효과 인데다, 유럽 재정위기의 전개방향과 불안한 유가가 실물경기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LG경제연구원은 11일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개선되고 재정집행도 늘면서 당분간 지표호전 추세가 이어지겠지만 세계 실물경기 둔화나 고유가 등을 감안할 때 아직 본격적인 경기회복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지표상 호전에 불과
통계청의 1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주요 산업의 생산이 반등했고 수요 측면에서도 소매판매, 설비투자 지표들이 전월 대비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2월 이후에도 종합주가지수가 오르고 소비자 및 기업의 심리지수들도 호전되면서 경제분위기가 한층 밝아지는 분위기며 수출도 1~2월 평균 두 자리 수 증가세를 회복했다.
그러나 지난 4분기 중에는 국내경제의 성장률이 세계경제 성장률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전기비 경제성장 속도는 1분기 1.3%에서 4분기 0.4%로 떨어졌는데 반해 세계경제 성장률은 2분기 이후 0.7% 수준으로 꾸준히 유지됐다.
이는 세계경제 성장에 비해 교역의 둔화가 빠르게 나타나면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불리하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이외에도 심리 위축과 조기 재정집행도 경기 부진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심리 위축·조기 재정집행도 부진 원인
우리나라는 지난해 3분기 중 미국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신뢰 위기로 소비자 기대심리가 어두워지고 4분기에는 유럽재정위기 확산으로 다시 불안심리가 확산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로 인해 국내 경제주체들의 불안심리가 쉽게 해소되지 못하면서 내수경기 회복을 어렵게 한 요인이 된 것이다.
보고서는 또 금융위기 이후 우리경제에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재정집행의 상반기 집중 현상도 하반기 성장활력을 떨어뜨린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진단했다.
지난해 실제 집행된 재정규모는 270조원에 이르는데 이중 상반기에 전체의 58%에 달하는 157조원이 집행됐고 하반기에는 115조원으로 40조원 가량 재정집행 규모가 줄어들었다.
이는 약 650조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되는 하반기 GDP의 6%에 달하는 수준으로 정부지출의 시차효과를 고려하더라도 재정집행 규모 축소가 하반기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서는 판단했다.
보고서는 실제 공공행정이나 공공사업, 복지부문의 고용인력은 상반기까지 늘어나다가 하반기에 줄어드는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어 지난해말 내수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했다.
◇ "경기 회복국면은 아직..유로존 문제·유가가 변수"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연초의 지표개선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경기 회복국면으로 판단은 어렵다고 내다봤다. 현재의 지표 호전은 지난해 말 경기가 위축되었던 데 따른 반등효과가 크다는 이야기다.
아울러 전기비로는 지표들의 성장세가 높게 나타나지만 전년동기와 비교해보면 주요 지표들의 성장세가 미미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보고서는 경기회복이 좀더 뚜렷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수출을 통한 대외 부문에서의 소득 창출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유로존 재정위기 불확실성 해소는 위기국의 적극적인 재정긴축을 전제하는 만큼 실물경기에는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란 핵 제제와 관련된 긴장상태의 지속, 북아프리카 주요 산유국의 정정 불안 등을 고려할 때 유가상승은 국내외 경제에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럽 재정위기의 전개, 중동 정세에 따른 유가 변화 등에 따라 국내경제 상황도 등락을 반복하겠지만 전반적인 성장 활력은 지난해보다 높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