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형주기자]
하이닉스(000660)가 엘피다의 파산보호 신청, 인텔의 IM플래시 지분 매각 등을 기회로 삼아 당분간 주력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에 올인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 세계 1위인
삼성전자(005930)가 올해 전체 반도체 투자 규모 15조원 중 절반 이상(8조원)을 비메모리 부문에 쏟아붓기로 방침을 정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하이닉스는 비메모리 투자 확대를 장기 전략으로 미루는 대신, 올해 총 4조2000억원을 들여 디램(DRAM)과 낸드플래시 등 기존 메모리 반도체 사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권오철 하이닉스 사장은 13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아직은 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서 성장할 여지가 매우 많다"며 "앞으로 상당 기간 메모리 반도체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이닉스의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디램이 24%, 낸드는 12% 정도로 향후 성장 여력이 충분하고 경쟁 구도도 우리한테 유리하다"며 "시장 위상을 한층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이닉스가
SK텔레콤(017670)에 인수된 뒤 비메모리 반도체 투자를 늘릴 것이란 시장 예상과 달리 일단 한우물을 파기로 결정한 것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또 다른 강자인 엘피다의 지난달 법정관리와 무관치 않다.
파산보호 신청으로 세계 모바일 디램(모바일기기에 쓰이는 메모리) 시장 점유율 25%를 차지하고 있는 엘피다의 경쟁력이 약화되면, 삼성과 더불어 해당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하이닉스가 반사이익을 얻을 공산이 크다.
아울러 인텔이 마이크론과의 낸드플래시 합작사인 IM플래시에 대해 투자 중단 의지를 밝힌 것도 하이닉스에게 겹수혜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권 사장은 "얼마 전 파산보호 신청을 한 엘피다 뿐 아니라 메모리 업계 전체가 1년 넘게 침체기를 맞고 있고, 경쟁력이 약한 후발 업체들은 재무적으로 많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며 "이는 반사적으로 한국 업체들이 시장의 위상을 올릴 수 있는 계기"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엘피다 법정관리 이후 공급을 늘려달라는 거래선들의 주문이 많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하나 최근 낸드 사업에서 괄목할만한 변화는 그간 IM플래시를 통해 마이크론과 협력해 온 인텔이 더 이상 투자를 안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한 것"이라며 "앞으로 마이크론 단독으로 디램과 낸드를 운영해야 한다는 부담 역시 우리에게 불리하지 않은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낸드의 경우 조만간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시장 성장이 본격화되면서 수요가 활발히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에 대응해 하이닉스는 사상 처음으로 올해 전체 반도체 투자 규모 중 절반 이상을 낸드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권 사장은 다만 "영원히 메모리만 할 수는 없을테고, 그간 축적한 경쟁력과 핵심 역량을 활용하는 방안으로 점진적인 사업영역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반도체) 시장에 진출할 의지가 있음을 내비쳤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권 사장과 박성욱 하이닉스 연구개발총괄(부사장) 비롯해 김준호 코퍼레이션센터총괄(부사장), 박상훈 제조총괄(부사장), 송현종 미래경영실장(전무) 등 SK그룹에서 하이닉스로 옮겨온 경영진도 함께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