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대미 무역수지 흑자 연평균 1억3800억달러, 전체 무역수지 27억달러 증가, 소비자 가격 인하'
정부가 15일 자정 발효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내놓은 향후 10년간 한미FTA 경제적 효과 분석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전망치'일 뿐이다. 전문가들은 관세 철폐에 따른 대미 무역흑자와 관세인하 효과를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한ㆍ미 FTA가 발효되면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대부분 품목에 대한 관세가 즉시 또는 단계적으로 철폐된다.
13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한ㆍ미 FTA 발효로 국민이 얻는 세금 인하 혜택' 자료를 보면 우리 측은 발효 즉시 미국산 9061개 품목에 대한 관세를 철폐한다. 단계적 철폐까지 포함하면 10년 내에 모두 1만1068개 품목의 관세가 없어진다.
우선 승용차는 관세를 8%에서 4%로 내리고 2016년부터는 0%가 된다. 가령, 수입가격이 5000만원인 승용차는 관세와 내국세 인하 효과까지 고려하면 세 부담이 1712만원에서 1315만원으로 400만원 가까이 줄어든다.
와인도 15%의 관세가 즉시 없어져 수입가 1만원짜리 와인의 세 부담이 2000원 가량 감소한다.
그러나 관세 폐지나 인하 금액만큼 국내 소비자가격도 떨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현지에서 수출단가를 올리거나 수입업자가 유통마진을 더 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한국과 칠레의 FTA 사례를 보면, FTA가 발효되기 전 우리 정부는 칠레에서 수입되는 과일과 와인을 더욱 싼 값에 소비자가 만나볼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관세 철폐로 인한 가격인하 혜택은 수입업자들이 모두 독차지했고, 오히려 일부 가격이 오르는 사태가 발생했다. 결국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 물가는 변동이 없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해 7월 발효된 한·EU FTA 경우, 관세가 8%에서 5.6%로 낮아지면서 BMW와 벤츠 가격은 1.3~1.4% 낮췄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편의장치 추가 등을 이유로 가격을 인상해 오히려 FTA 발효 전보다 가격이 0.5%~0.7% 높아졌다.
뤼이뷔통, 샤넬, 프라다와 같은 유럽 명품 브랜드도 FTA 발효 후 지속적으로 가격을 올려 관세 인하 효과를 고스란히 마진으로 챙기고 있다.
정부는 한미FTA로 대미 무역흑자가 연평균 1억3800만달러 증가한다고 밝히고 있으나 실제 대미 무역수지 전망도 낙관하기 이르다.
실제 한·EU FTA의 경우, 올 1월까지 7개월간 무역수지 흑자가 7억4758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96억4315만달러)에 비해 92.3% 급감했다.
또한 지난 1월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24개월 만에 적자(19억6000만달러)를 기록, 2월에 국내 무역수지가 흑자 반전에 성공했지만 3월초 무역수지는 약 13억달러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무역수지를 낙관하기도 어렵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거대 경제권과의 FTA에서는 소규모 국가의 흑자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