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경진기자] 최근 외국인의 국내 채권투자가 중장기보다는 단기채에 몰리고 있는 가운데 자금이탈 가능성보다는 투자주체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2월 장외 채권시장에서 통안채를 2조7000억원 순매수했다. 이는 한달 전에 비해 2700억원 가량 증가한 것으로 2월 외국인 전체 채권 순매수 금액(3조5000억원)의 77%에 달한다.
통안채는 만기가 2년 이내로 짧기 때문에 가격이 낮은 시장에서 사고 비싸게 팔아 무위험 매매차익을 챙기는 재정거래 수단으로 활용된다.
외국인이 국내 단기채권 투자를 확대함에 따라 일각에서는 짧은 기간에 투자금을 회수해 한국 시장을 떠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새로운 투자자가 생기고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 단기투자가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미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2월 외국인의 국내 채권투자의 특징은 미국과 유럽계 자금이 다시 유입되기 시작한 반면 기존 큰 손이었던 중국과 태국이 이탈한 것"이라며 "특히 카자흐스탄과 스위스 등 새로운 투자주체가 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월 현재 카자흐스탄과 스위스는 국내 채권을 각각 2조2262억원, 1조9573억원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카자흐스탄과 쿠웨이트는 지난달 각각 380억원과 223억원 어치의 국내 채권을 순매수했다.
이같은 변화는 새로운 주체들이 국제유가 상승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는 산유국과 재정건전성이 양호한 유럽계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고유가, 수출호조, 무역수지 흑자기조 등과 맞물려 한국 단기채권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원유 수출 의존도가 높은 쿠웨이트 자금 223억원이 유입된 것도 카자흐스탄과 비슷한 성격의 투자로 분석된다.
아울러 스위스 중앙은행의 한국 채권투자는 유로화(56.9%)와 달러화(22.9%) 등 일부 통화에 집중된 외환보유고를 다변화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특히 노르웨이가 2월에 2850억원의 원화 채권을 순매수한 것은 지난해 전체 순투자 금액을 초과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미영 연구원은 "한국 채권시장은 태국과 중국을 잃은 대신 원유 부국과 재정이 건전한 유럽 중앙은행을 새로운 투자자로 얻었다"며 "외국인의 단기채권 비중 확대는 언제든 떠날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단기구간 투자자가 유입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