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한류 주역 '현대건설', "이젠 글로벌 탑 건설사"

현대차그룹 계열사들과 해외 동반진출..시너지효과 극대화
정재계 곳곳에 포진한 `현대맨`..해외수주 700억달러 눈앞

입력 : 2012-03-21 오후 6:19:08
[뉴스토마토 원나래기자] 미국의 벡텔, 영국의 발포 비티, 일본의 시미즈, 프랑스의 브이그. 그리고 한국의 현대건설(000720). 세계 건설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세계 주요국들의 대표건설사 이름이다.
 
한국의 건설사는 '건설업계의 맏형'이자 '건설 종가(宗家)'라는 화려한 수식어와 늘 함께하는 현대건설을 빼놓고는 감히 논할 수 없다.
 
국내 최고 건설사로 자리매김한 현대건설은 건설 한류의 선구자로서 이제 글로벌 건설사의 위풍과 명성마저 흡수하고 있다.
 
◇유구한 역사를 따라 정·재계에 흐르는 '현대맨 DNA'
 
지난 1947년 현대토건사라는 이름으로 첫발을 내디딘 후 65년을 이어오는 동안 현대건설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수많은 '최초'와 '최고' 등의 수식어를 만들어내며 자타가 공인하는 건설 종가로 자리매김해왔다.
 
지난 1965년 태국 나라티왓 고속도로 공사 수주를 시작으로 당시 기술력과 장비로는 기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해외공사들을 성실히 시공하며 국위선양에 앞장섰고, 이런  해외건설 수주는 우리나라 경제부흥에 지대한 역할을 해왔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70년대 중후반 이른바 건설업계의 '중동 붐'을 국내 건설업계 최초로 개척했으며, 국내 건설사 설립 붐을 이끌어내 '건설업계의 맏형'으로 불리는데는 업계에서도 이견이 없다.
 
국내에서는 1971년 고리 원자력발전소를 비롯해 국내 최초 소양감 댐과 경부고속도로, 한강교량 건설 등 산업의 근간을 조성하며 최초, 최고의 칭호가 붙는 건설사를 써내려왔다.
 
플랜트, 토목 등 다양한 공종 수행능력과 해외건설 노하우들은 현대건설의 최대위기였던 외환위기와 그룹내 형제간의 경영권 다툼으로 비화된 이른바 '왕자의 난' 등의 어려운 난관을 쉽게 극복할 수 있는 근간이 됐고, 경영정상화에 빠르게 도달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특히 현대건설의 화려하고 긴 역사만큼이나 '현대맨'들의 DNA는 건설업계에서는 물론 정치와 경제전반에 두루 흐르고 있다.
 
현대건설에서 배출한 인재들은 현재도 업계 내외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현대건설을 거쳐간 CEO들 중 눈에 띄는 인물은 단연 이명박 대통령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내 건설업계 1호 해외사업인 태국 나라티왓 고속도로 건설현장 경리사원 시절 목숨을 걸고 폭도들로부터 사무실 금고를 지켜낸 것은 널리 알려진 일화다. 이후 35세의 나이로 최연소 사장이 되는 샐러리맨의 성공신화를 만들어 냈으며, 중동신화의 대명사인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 공사를 따내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지난해 현대건설 총괄사장에 임명된 현 현대건설 정수현 사장(사진)은 이명박 대통령처럼 '토종 현대맨'으로 밑바닥부터 올라온 인물이다.
 
정 사장은 지난 1975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말단 직원부터 총괄사장까지 올라오며 이른바 '샐러리맨 신화'를 이룩했으며, 현대차그룹 인수 이후 다소 약해진 현대건설 색깔과 파워를 되찾을 수 있다는 '현대맨'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이 외에도 이지송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을 비롯, 강희용 LIG건설 사장, 박상진 한양 사장, 김호영 경남기업 사장, 지난해 동양건설산업 사장직에서 물러나 설계감리업체인 용마엔지니어링 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길재 회장 등이 모두 현대건설 출신으로 업계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현대맨'들은 건설업계 밖에서도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신영수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적이다. 1978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건축사업본부 상무를 지낸 신 의원은 건국대 행정대학원에서 부동산학 석사학위를 받는 등 18대 국회의원 중 손꼽히는 건설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산업계 전반에서는 김중겸 한국전력공사 사장, 안승규 한국전력기술 사장, 강구현 경남진주의료원장, 홍성원 코엑스 사장, 박규직 경기학원 이사장 등이 현대건설 출신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현대건설 출신 인사들이 이처럼 정·재계에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는 이유는 다른 업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풍부한 현장경험과 업계 최고 수준의 전문지식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대건설 출신 인사들의 경우 국내는 물론 굵직한 해외현장에서 축적된 노하우가 업계 최고 수준"이라며 "이 때문에 중견 건설업체들은 물론 경쟁사들, 심어서 타 업종에서도 웃돈을 얹어서라도 현대맨들을 모셔가고자 한다"고 털어놨다.
 
◇'건설한류'의 선구자, 해외 700억弗 달성 신화 머지않다
 
현대건설이 올 2월 현재까지 해외에서 수주한 총 공사금액은 831억3940만7000달러로, 이는 50개 국가에서 총 742건의 공사를 수주한 셈이다.
 
지난 2010년에는 110억달러가 넘는 해외 수주고를 기록하며 단일 업체로는 최초로 연 해외수주 100억 달러를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 8월 초에는 싱가포르 사우스 비치(South Beach) 복합빌딩 개발 공사를 수주함으로써 국내 건설업계 최초로 800억 달러가 넘는 해외 수주고를 기록하는 등 '건설 한류'를 선도하는 대한민국 대표 건설사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현대건설이 시공한 카타르 라스라판 담수 복합화력발전소
이러한 여세를 몰아 올 한해에도 현대건설은 해외사업 수주에 사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우선 목표를 수주역량 강화, 성장성 확보를 위한 영업력 강화, 해외 투자사업의 성공적 안착, 계약 리스크 관리역량 강화로 설정했으며, 목표달성을 위해 수주지역 확대, 신사업 진출 확대, 글로벌 경쟁력 확보 등을 중점 업무로 추진해 '건설 한류'를 지속해 나갈 방침이다.
 
이를 위해 기존 중동 중심의 시장에서 범위를 넓혀 아프리카(알제리/남아공/나이지리아 등), CIS(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러시아 등), 중남미(콜롬비아/베네수엘라/칠레/브라질 등) 등지로 수주지역을 확대해 중동·북아프리카 시장 탈피와 신규 시장 개척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010년 알제리와 카자흐스탄, 콜롬비아 지사를 설립했으며 지난해는 중국 지사를 설립했고 올초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지사를 설립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는 국내외 경쟁사들의 진입이 아직 본격화되지 않은 지역으로서 현대건설은 이 지역의 요충지인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 지사를 설립해 아프리카 시장을 선점하고 양질의 공사 기회를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아시아(9곳), 중동(7곳), 아프리카(3곳), 아메리카(2곳), 유럽(1곳) 등에 모두 19개 해외지사와 3개의 연락사무소(이란,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를 두고 있다.
 
현대건설이 시공한 카타르 천연가스액화정제시설
수주지역 확대와 함께 다양한 사업 추진을 위한 신사업 진출 확대 역시 올 한해 현대건설의 지속성장을 구가하기위한 전략이다.
 
현대건설은 원전, 신재생, 오일 샌드(Oil Sand) 등 신성장 동력사업 진출에 힘쓰는 한편, 민자발전(IPP) 및 LNG 관련사업, 자원개발 연계 인프라시설 개발, 해외부동산 개발 사업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특히 중요한 신성장 동력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원자력사업이나 물·환경사업 등 녹색성장 분야에 적극 진출해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예정이다.
 
현대건설은 녹색성장 사업과 관련이 많은 원자력에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해외에 진출한 UAE 원전을 시작으로 향후 400기 이상 발주될 것으로 보이는 세계 원자력 시장에서 현대건설만이 가진 독보적인 원전 시공능력을 바탕으로 유관기관과 연계해 해외 진출 기회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또 그동안 해외 시장에서 단순 시공에 그치지 않고 플랜트 건설을 일괄 수행하는 EPC(Engineering, Procurement & Construction) 능력을 배양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현대건설은 시공(C) 중심의 건설에서 나아가 엔지니어링(E)과 구매(P) 비중을 확대해 수익성 개선에 힘쓸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기초 설계 등에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엔지니어링과의 협업 강화 등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 나가고 있다.
 
향후 일본 및 유럽 등 선진업체들과의 지속적인 교류 등을 통해 플랜트 공종 등에 공동 진출을 모색하고, 이를 통해 설계 능력 배양 등 전반적인 기술 수준 향상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외 공사정보 관리 네트워크도 확대하고, 해외지사 직원이 현지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지원체계도 마련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4월 현대자동차그룹의 일원으로 새출발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순항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보유한 전세계 190여 개국에 걸친 광대한 글로벌 네트워크와 브랜드 파워, 해외 신인도 등을 활용해 해외에서의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편입에 따라 자동차를 비롯한 그룹 계열사들과의 해외 동반진출 기회를 더욱 확대하고, 현대제철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우수한 철강재를 확보하는 등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며 "글로벌 톱 건설사로의 면모를 갖출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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