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불법사찰"..왜 또다시 불거졌나?

입력 : 2012-03-21 오후 7:45:28
[뉴스토마토 윤성수기자] '민간인 불법사찰' 수사 결과 발표 후 2년이 채 안된 시점에서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청와대를 겨냥해 '윗선' 개입 의혹을 잇따라 폭로하고 나섰다.
 
종전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 의혹에 청와대가 개입한 증거가 드러나면서, 또 다시 불거진 이번 사건을 되짚어 본다.
  
사건은 지난 2010년 6월29일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가 사찰 의혹을 주장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 정부는 왜 나를 사찰했나'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MBC PD수첩은 지난 2008년 9월 자신의 블로그에 이명박 대통령을 비하하는 '쥐코 동영상'을 올린 것을 빌미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김 전 대표를 전방위적으로 사찰을 했다고 보도했다.
 
김 전 대표는 "공직윤리지원관실이 KB국민은행에 대해 유·무형의 압력을 넣었다"며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전 대표의 폭로 직후 총리실은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에 대한 자체 조사에 착수했고, 검찰도 그 해 7월 특별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나섰다. 특히, 검찰은 사상 처음으로 국무총리실을 압수수색했으며, 이 전 지원관 등 사건 관련 총리실 직원들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다. 
 
검찰은 또 이 지원관 뿐만 아니라 총리실측 직원들의 사찰 활동에 '윗선'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사찰 전후의 전화통화 및 이메일 내역 등도 확보해 조사에 들어갔다.
 
총리실측은 이 과정에서 불법사찰의 피해자인 김 전 대표가 민간인인 줄 모르고 사찰이 진행됐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뒤늦은 압수수색으로 증거를 제대로 조사하지 못했다'는 비난 속에 이 전 지원관과 진경락 전 총괄지원과장 등 7명을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 지었다.
 
'윗선' 의혹에 대해 전혀 칼을 대지 못한 검찰은 '꼬리 자르기' 수사란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 전 지원관 등 4명에 대해 징역 및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또 증거 인멸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다고 폭로한 장 전 주무관도 이때 재판에 넘겨져 항소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장 전 주무관 등에 대한 재판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장 전 주무관은 연 이어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장 전 주무관은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이 대포폰을 주며 증거 인멸을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입막음용'으로 금품이 오간 사실과 함께 그 돈의 출처로 청와대를 지목했다.
 
특히, 불법사찰 증거 인멸에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깊이 개입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들이 잇따라 쏟아지고 있다.
 
◇제공:MB정권비리 및 불법자금 진상조사 특별위
최 전 행정관은 장 전 주무관이 공개한 녹취록에서 "(장 전 주무관이) 공무원을 그만둔 후에도 먹고사는 것을 책임지겠다, 캐시(현금)를 준비해줄 수 있다"면서 말렸다고 장 전 주무관은 주장했다.
  
장 전 주무관은 민간인 불법사찰을 주도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지난 2009년 8월부터 2년간 매월 280만원씩 청와대에 상납해왔다고 아울러 주장했다. 
 
장 전 주무관은 또 지난 2010년 8월엔 최 전 행정관으로부터 4000만원을 받았다고 밝힌데 이어, 이영호 전 비서관으로부터 '입막음용 돈'으로 2000만원을 받았다가 최근 되돌려 줬다고 진술했다. 
 
아울러 장 전 주무관은 지난해 4월 청와대 민정수석실로부터 5000만원을 받았다고 추가로 폭로했다. 당시 장 전 주무관은 "장석명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이 총리실 A국장을 시켜 내게 5000만원을 줬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5만원짜리 새 돈으로 5000만원이 담긴 쇼핑백을 주면서 '장 전 비서관이 위로의 뜻으로 주는 돈이라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장 전 주무관을 지난 20일에 이어 21일 소환해 재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최 전 행정관이 장 전 주무관에게 입막음을 위해 대가를 제공하려 했다는 부분도 수사대상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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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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