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권리찾기(33)배상책임보험 '과실비율'이 배상액 결정

입력 : 2012-03-23 오전 11:30:39
[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금융은 필요할 때 자금을 융통해 경제주체들이 원활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금융제도나 정책적 오류·부실, 금융회사의 횡포, 고객의 무지와 실수 등으로 금융소비자들이 금전적·정신적 피해와 손실,부당한 대우를 당할 때가 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금융소비자들이 이런 손실과 피해를 입지 않고 소비자로서 정당한 자기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사례를 통해 보는 '금융소비자권리찾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33)
 
직장인 박 모씨는 지난 2007년 4월 H화재보험에 본인과 가족이 함께 일반 상해 및 사망, 일상생활 중 손해배상 책임 등을 보장 받을 수 있는 가족보험에 가입했다.
 
그리고 1개월 후 박씨는 가족들과 함께 교회에서 주최하는 운동회에 참가했다가 아들(만 11세)이 찬 축구공 때문에 정군(만 11세)의 이가 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박씨의 아들이 축구공 놀이 중 골대를 향해 찬 골이 골대 옆에서 음료수를 마시고 있던 정군의 음료수병을 치면서 병이 정군의 치아에 부딪쳐 치아가 파절된 것이다.
 
사고 당시 박씨의 아내(박군의 어머니) 이 모씨는 운동회가 열리는 실내체육관에서 배드민턴 시합을 구경하고 있었다.
 
이 사고로 약 200만원의 치과 치료비가 발생, 박씨가 치료비를 물어줘야 하는 일이 생기자 박씨는 H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H보험사는 "박군의 과실이 없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박군이 일부러 정군을 맞추려고 공을 찬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이 골대를 벗어남으로써 생긴 사고에까지 박군의 주의의무를 물을 수 없으므로 박군에게는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보험사는 어머니 이씨 역시 "부모가 자녀의 일상생활에 일반적인 감독의무가 있으나 축구공 놀이를 할 때 자녀가 골대 밖으로 공을 차지 않도록 하거나, 골대 밖으로 빗나갈 경우를 대비해 주위 사람들을 대피시키도록 지도할 주의의무는 없다"고 주장했다.
 
보험사와 합의점을 찾지 못한 박씨는 결국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가족일상생활중 배상책임담보 특별약관'과 민법을 기초로 해 박군에게 "일정 부분 법률상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분쟁조정위원회는 먼저 '축구를 하는 사람으로서는 자기가 찬 공에 다른 사람이 다치지 않도록 할 기본적인 주의의무가 있다'는 서울고등법원 판례에 따라 박군의 배상책임이 없다는 H보험사의 주장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위원회는 또 "박군의 어머니 이씨가 박군과 함께 운동회에 참여하고 있었으며, 이번 사고가 운동회 공식행사가 아닌 자유시간 동안에 발생했다는 점으로 보아 어머니 이씨도 감독의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다만 "박군과 피해자 정군 모두 교회측에서 주최한 운동회에 참석한 만큼 운동회를 주최한 교회측에 두 학생에 대한 주된 감독의무가 있다"며 교회에도 일부 과실이 있음을 지적했다.
 
위원회는 "피해자 정군도 골대 주위에서 대피하는 등 자신을 방어하는데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기 때문에 박군의 어머니 이씨가 부담할 손해액은 정군에게 발생한 손해액의 30%로 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H보험사는 정군에게 발생한 손해액의 30%를 보상할 책임이 있다고 최종 결정했다.
 
이번 사건처럼 손해배상책임에 대비한 보험의 경우 피보험자의 과실 비율에 따라 배상책임 비율이 정해지기 때문에 과실 비율을 명확히 가려야 한다. 
 
금감원 분쟁조정국 관계자는 "일상 생활 중 손해를 배상해야 할 일을 대비해 보험에 들었는데 보험사가 이처럼 부적절한 논리를 대며 보험금을 줄 수 없다고 주장할 때는 바로 소송으로 가기 보다 금감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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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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