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지욱기자] 대만의 혼하이그룹이 일본 샤프사의 최대주주로 올라서 양사간 제휴가 이뤄진다는 소식에 디스플레이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적자에 허덕여왔던 샤프가 경영부담을 해소하고, 혼하이그룹이 양에서 질로 도약하려는 이번 움직임이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인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이같은 우려는 LG디스플레이의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LG디스플레이(034220)는 전날보다 1400원(4.9%) 하락한 2만7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혼하이-샤프, 이익 맞아 떨어진 전략적 제휴
이번 계약으로 대만의 혼하이그룹은 일본 샤프의 지분 10%와 샤프 자회사인 사카이 패널공장의 절반을 인수하게 된다.
샤프는 그간 내수는 줄어든데다 미국 TV시장에서는 한국에게 고전하고, 중국에서도 어려움을 겪으며 적자에 시달려왔다. 지난 1월 설비 가동을 반으로 줄인 샤프의 이번 행보는 경영부담을 줄이고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고육책으로 해석되고 있다.
폭스콘, CMI(Chimei-Innolux) 등을 자회사로 둔 대만 전자그룹 혼하이도 이번 제휴로 옥사이드(Oxide)공법이 적용된 60"이상 대형 초고해상도(UD)패널과 중소형 LCD패널 확보가 가능해졌다.
CMI가 과도한 차입금으로 옥사이드LCD와 아몰레드(AMOLED)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웠는데 이를 해소하게 된 것이다. CMI는 아이패드2 패널을 공급했지만 아이패드3는 초고해상도로 만들어지면서 LCD패널을 공급하지 못했다.
◇LCD 업황에는 긍정적..반사 이익 기대
이같은 동행이 디스플레이 시장에 어떤 효과를 미칠지에는 전망이 분분하다.
LCD업황 자체에는 긍정적이란 예상이다. 샤프가 옥사이드 공법을 적용하기 위해 오는 9월말까지 가동률을 50% 이하로 낮추고,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의 생산이 되면 10세대 공장의 생산능력도 10% 이상 감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공급 능력과 신규 투자 감소가 진행되면 올 하반기 LCD 업황은 예상보다 타이트한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그동안 재고 누적으로 부진을 겪은 디스플레이 시장에는 긍정적"이라고 내다봤다.
일본과 대만 업체의 제휴가 국내 업체들에게는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지수 교보증권 연구원은 "이번 제휴는 잠재적인 리스크 요인인 만큼 LG디스플레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샤프가 세계 최대 OEM업체를 고정 거래선으로 두고, CMI와의 협력을 통해 운영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데다, 자금 숨통이 트여 중소형 LCD 경쟁력 강화에 보다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혼하이그룹이 애플의 주요 OEM사라는 점도 강점이다.
다만 충격의 강도가 얼마나 될지는 불분명하다.
최지수 연구원은 "샤프의 10세대 라인은 전세계 중대형 라인에서 비중이 면적기준 4%에 불과하고 CMI와 샤프 모두 LCD 경쟁에서 다소 뒤쳐진 상태"라며 "시너지 효과에 대해서는 더 신중한 시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도 "혼하이그룹이 패널생산을 담당하면 중국 업체와 일본 소니가 우선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소니가 물량을 자체 조달해도 LG디스플레이와 삼성의 공급량을 감안해서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대만 LCD 업체에 타격" 전망도
국내 업체들보다는 혼하이그룹의 자회사이자 대만 최대 LCD 업체인 CMI에 타격이 있을 것이란 예상도 있다.
남대종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CMI의 주고객인 폭스콘은 앞으로 샤프의 10세대 라인 생산 제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할 것"이라며 "CMI는 당장 고객구조 악화를 우려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CMI가 독자 생존을 위해 나서더라도 재무구조가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아 국내 업체들에게는 반사이익 차원에서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