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브라질 터미널사업 주목.."욕심낼 만 하네"

현대상선·STX팬오션 건립 검토.."물동량 늘어 안정적 수익"
"2~4년내 올림픽·월드컵 등 물류이동 활발예상"

입력 : 2012-03-28 오후 6:15:16
[뉴스토마토 김유나기자] 브라질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국내 해운업계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특히 업체들은 브라질 터미널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브라질에 해운 물동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안정적인 수익과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터미널 사업은 해운업체들에게는 눈이 번쩍 뜨일 일이다.
 
먼저 현대상선(011200)은 브라질 동부 대서양쪽에 터미널 건립을 검토 중이다.
 
이석희 현대상선 사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브라질에 터미널을 건립하는 방안을 장기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결정은 내리지 않은 상태지만 지역은 브라질 동부 대서양 측면이 될 것"이라고 직접 밝혔다.
 
현대상선은 이를 위해 브라질내 2~3곳 항구에 대한 투자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은 전체 사업의 70% 가량이 컨테이너에 집중돼 있는 가운데, 현재 미국 타코마와 로스앤젤레스, 대만 가오슝, 국내 부산신항만 등 총 4개의 컨테이너터미널을 운영 중이다.
 
브라질에 터미널이 생기게 되면 5곳으로 늘어난다. 다만 검토 중인 브라질 터미널이 컨테이너용이 될 지 곡물용이 될 지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게 없다.
 
STX팬오션(028670)도 브라질 마토 그로소 지역에 곡물 터미널을 건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지역은 브라질 중심부에 있는 주요 곡창 지역으로 STX팬오션은 외부업체와 합작 투자해 건립할 계획이다.
 
STX팬오션은 지난 2009년 미국의 곡물업체 번기 등과 합작해 미국 워싱턴주 롱뷰항에 곡물터미널을 건립했다.
 
이를 발판으로 삼아 세계 곡물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다져왔다. 이종철 STX그룹 부회장도 이달 초 "세계 2대 곡물 수출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브라질에 곡물터미널을 짓는 등 곡물 수출 판매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브라질의 곡물 사업을 강조했다.
 
이처럼 해운업체들이 브라질 터미널 사업에 욕심을 내는 이유가 뭘까.
 
먼저 '터미널 사업'의 안정성을 꼽을 수 있다. 터미널 사업은 기존 해상운송 사업의 단점을 보완해준다. 해상운송 사업은 경기 변동에 취약하고 운임수준에 따라 수익 변동폭이 크지만, 터미널 사업은 상대적으로 고정적인 수입을 통해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특히 해운업체가 터미널을 운영할 경우 자체 물량을 자동 확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 주요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터미널 사업 비중이 점차 늘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터미널 중에서도 '곡물 터미널'이 부상하고 있다. 곡물 가격은 경기 변동과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데다 곡물 자원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면서 수요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미래 먹을거리' 문제인 셈이다.
 
유독 브라질 시장이 주목받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브라질은 콩 수출량 세계 2위(연 2500만여톤), 옥수수 수출량 세계 3위(연 950만여톤)인 곡물 강국이다. 미국에 이은 세계 2위의 곡물 수출국가이기 때문에 곡물 터미널 운영에 적합하다는 점이 가장 일반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이 일반화된 논리보다 더 구미를 당길 만한 이유가 있다. 바로 올해 남미 시장에서 수요가 폭발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우선 오는 2014년에는 브라질에서 월드컵 축구대회가 열린다. 2년 뒤엔 하계올림픽도 개최된다.
 
이처럼 몇년 사이 중요한 국제 행사가 몰려있는 상황에서 물류 이동 역시 활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등의 국제적인 행사를 앞두고 물동량이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증권가 연구원은 "현재로서는 해운사 사업에서 터미널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다"면서도 "경기 불황으로 해운사들이 다른 시장을 공략하고 신규 사업을 개척할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현대상선이 브라질 터미널 사업을 공략하는 것은 선제적인 대응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쉽게 말해 브라질 터미널 건립은 신항만을 짓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현재 1000TEU급 초대형 선박들이 유럽노선에만 있는데 브라질 쪽에 항만이 생기면 선박들이 분산 투입돼 해운 전체적으로 공급 완화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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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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