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경제검찰 포기? 스스로 웃음거리 만든 공정위

입력 : 2012-04-04 오전 11:45:24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 감면규정을 무리해서 확대하고 있다. 밀실에서 이뤄지는 담합 등 불공정 사례를 적발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기업들에게 당근책을 제시해 스스로 신고를 하도록 유도하려는 의도다.
 
그러나 공정위의 정책방향에는 여러가지 심각한 문제가 있다.
 
4월부터 시행중인 가격환원 자진시정에 대한 과징금감면 확대방안은 다른 과징금 감면규정과 겹쳐서 실효성도 없고, 과거 사례에서도 부적절함이 이미 증명된 방안이다.
 
스스로 담합가격을 내리는 기업에게 과징금을 절반이나 깎아주겠다는 얘기다.
 
그런데 적발이 돼야만 적용되는 이 혜택은 100만원을 훔친 도둑이 50만원만 챙기고, 50만원은 주인에게 돌려줬다면 경찰에 잡히더라도 처벌을 감면해주겠다는 황당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훔친 50만원에 대해 일부라도 도둑의 소유권을 인정해주는 셈이다.
 
1순위로 담합을 자진신고할 경우 '리니언시'라는 제도를 통해 과징금 전액을 감면해주는 것은 더욱 문제다. 담합을 통해 업계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남기고도 제일 먼저 '자백' 했다고 해서 처벌 자체를 면제하면 도덕적 해이로 이어질 건 불 보듯 뻔하다.
 
실제로 이런 사례는 비일비재했다. 담합으로 가장 큰 혜택을 본 업체에게 과징금 전액을 면제해준다면, 적발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여기저기서 다양한 규정으로 과징금을 깎아주다보니 실제 거둬들인 과징금은 담합으로 얻은 이익의 1~2%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통계도 나온다.
 
공정위가 자진신고에 너무 의존하는 부분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과징금을 깎아주면서 얻어낸 실적은 알맹이 없는 성과물이다. 현장을 방문, 꼼꼼히 따지고 적발해야 할 기업들에게 빌붙어 의미없는 실적만 챙긴다면 공정위는 뭘 하겠단 말인가.
 
답합의 적발이 어렵다는 것을 이유로 꼽고 있지만, 공정위가 그만큼 노력을 해봤는지도 되돌아볼 일이다.
 
공정위는 담합에 대해서는 전문가 중 전문가다. 의심되는 사례에 대해서는 직권조사 권한 확대 등의 방법으로 직접 조사해서 적발할 수 있도록 법규정 개정에도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삼성의 공정위 조사방해가 경제검찰 공정위를 웃음거리로 만들었다는 평가가 있지만, 공정위를 웃음거리로 만든 것은 삼성이 아니라 공정위 '자신'이다.
 
뒤늦게 상습방해에 대한 과징금을 조금 인상해봐야 별다른 변화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상습적인 조사방해는 형사처벌까지 충분히 가능하도록 법적 강제수단을 마련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국민들은 더 이상 감나무 아래서 감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공정위가 아니라 '경제검찰'답게 적극적으로 시장을 감시하며 공정경쟁을 '만들어 내는' 공정위를 필요로 함을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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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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