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경미기자] “최근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중요한 것은 그 다음입니다. 바이오시밀러의 개량인 ‘바이오베터’, 여기에 더해 현재 20여개의 다국적제약사들은 ‘ADC(Antibody-Drug Conjugate)’ 기술을 찾는데 혈안이 돼 있습니다. 저희가 지난 3년의 연구 끝에 개발한 신개념의 ACD기술은 글로벌회사로 성장하는데 열쇠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오직 신약만이 살 길”이라며 2006년 대기업을 빠져나온 7명의 신약 연구개발 전문가들이 만든 회사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20년 이상 신약 개발을 주도해 온 김용주 전
LG생명과학(068870) 연구소장도 이들 7명 중 한명이다.
김용주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대표는 항생제, 항응혈제, 항암제 등 15개 이상의 다양한 신약분야 연구개발을 경험한 합성신약분야의 전문가다.
◇ADC 원천기술 확보, 잠재가치↑
전문 분야 외에도 레고켐이 현재 집중하고 있는 것은 바이오와 합성의약품의 결합인 ADC 기술.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이 기술을 확보한 곳은 미국의 시애틀 제네틱스(Seattle genetics)와 이뮤노젠(Immunogen)뿐이다.
ADC는 항체(Antibody)가 가진 선택성과 저분자 약물이 가진 약효의 장점을 결합한 '항체-약물 복합체'로 최근 전세계 주요 제약사들 대부분이 전략적으로 집중하고 있는 차세대 연구분야다.
기존 항암제는 항암효과는 뛰어나지만 부작용이 심한데, ADC기술을 적용하면 항체가 약물을 목표 부위로만 보내기 때문에 소량으로도 약효가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즉, ADC는 항체가 암세포와 같은 타겟세포의 특정 항원에만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장점과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세포독성약물을 결합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약효를 극대화하는 기술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핵심 기술은 이들을 연결하는 링커의 개발이 필수적이다.
레고켐은 고유의 기술을 통해 이러한 위험성을 획기적으로 개선, 기존의 두 회사보다 뛰어난 기술력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이미 미국에 가특허를 출원했고, 다음 달 본특허가 출원되면 ADC를 연구하는 전세계의 주요 제약사들과 본격적인 기술이전 협의를 개시할 예정“이라며 “전임상과 임상 단계를 거쳐야하겠지만 우리의 기술이 기존의 독성과 약효 이슈에서 경쟁적 우위에 서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ADC를 포함하는 치료용 항체 시장은 2010년 기준 440억달러 규모로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현재 이 기술은 국내 기업
셀트리온(068270), 알테오젠 등에서도 연구가 진행 중이다.
◇국내 회사에 기술이전 계약..기술성 검증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사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레고블럭을 쌓듯이 화합물을 합성해가는 신약개발 노하우를 ‘레고케미스트리(LegoChemistry)’란 핵심기술로 정리해, 체계적인 단계별 의사 결정 시스템(Gate Decision System)을 통해 성공확률이 높은 신약후보 물질을 신속하게 발굴하는 강점을 가졌다.
이에 따라 설립 이후 현재까지 국내 회사 두 곳에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 두 파이프라인은 임상1상 시험 중이다.
우선 2009년
녹십자(006280)에 기술이전한 항혈전제 합성신약 ‘GCC4401C’은 미국에서 임상1상 시험 중이다. ‘GCC4401C’는 혈전 생성의 주요 인자인 혈액응고 10인자를 억제해 혈전을 제거하는 ‘Factor Xa Inhibitor’ 계열의 항혈전제다.
이 치료제는 혈전 예방과 치료 모두 가능하며, 기존의 대표적 항혈전제인 저분자 헤파린과 같이 효력은 뛰어나지만 출혈 부작용이 심하거나, 일부는 효력이 약해 다른 약물과 병용해야 하는 문제점을 개선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항혈전제의 세계 시장규모는 약 20조원으로 추정되며, 2010년 기준 국내 시장은 약 4000억원 규모다.
◇슈퍼박테리아 항생제, 中 진출 추진 중
이외에도 지난해말 한화그룹 계열사인 드림파마에 기술이전한 슈퍼박테리아 항생제 역시 국내에서 임상 1상이 진행 중이다.
슈퍼박테리아 황색포도상구균(MRSA)과 반코마이신 내성 장구균(VRE)을 치료할 수 있는 옥사졸리디논계 슈퍼항생제 신약 개발후보(LCB01-0371)는 미국에서 이뤄진 전임상 시험을 통해 화이자(Pfizer)의 자이복스(Zyvox)보다 황색포도상구균과 반코마이신 내성 장구균에 대한 치료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항생제 개발의 관건인 골수독성 부작용도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뛰어난 용해도를 갖고 있어 경구용 이외에 주사제로의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 치료제는 ‘범부처 전주기 신약개발사업’ 과제에 선정돼 향후 17개월동안 사업단으로부터 개발비의 50%를 지원받게 되며, 이미 지난 3월부터 서울아산병원에서 임상1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에서 매년 10만명 이상이 감염되는 슈퍼박테리아는 2만 명 정도가 사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지난해 일본과 인도, 파키스탄, 영국 등은 물론 국내에도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다.
슈퍼항생제 시장은 2010년 기준 4조원으로, 내성균이 증가해 지속적인 시장 성장이 예상된다. 특히, 레고켐은 시장 성장성이 높은 중국 진출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VC가 신뢰하는 기업, 기술성평가로 코스닥 상장 추진
지난해 기술성평가에 통과하며 코스닥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됐던 레고켐은 연구개발만 하며 수익성을 검증받지 못한 벤처기업이라는 이미지때문에 문턱에서 자진철회라는 선택을 한 바 있다.
그동안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007년부터 총 세차례에 걸쳐 벤처캐피탈 5곳으로부터 120억원을 투자받았다. 특히
에이티넘인베스트(021080)먼트와 동양인베스트먼트는 각 투자 시기마다 참여해 레고켐에 대한 신뢰를 보여줬다.
이중에서도 레고켐의 강점을 가장 먼저 알아본 황창석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전무는 레고켐의 투자포인트로 인력구조와 그들의 연구개발 능력을 꼽았다.
황 전무는 지난 1996년부터 셀트리온, 크리스탈지노믹스, 마크로젠, 메디포스트 등 바이오기업 25여개 이상에 대한 투자를 진행한 바 있다.
그는 “레고켐의 설립자들은 기업가정신을 통해 신약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며 “회사가 매년 발표하는 사업 계획에 따른 연구개발 실적이 꾸준한 회사”라고 설명했다.
또 “그래서 회사에 대한 믿음을 갖고 꾸준히 투자를 진행할 수 있었다”며 “이 회사의 파이프라인은 향후에도 얼마든지 애플리케이션을 넓혀갈 수 있는만큼, 그 기술이 세계적인 검증과정을 거치고 있는 상황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오는 5월 코스닥 상장을 위한 기술성평가를 다시 신청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원활하게 절차가 진행될 경우, 빠르면 오는 11월 코스닥 상장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