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정부가 10년 전 사실상 5번째 석유 공급사를 철수시키는데 일조했다는 지적이 일면서 비난 여론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당시 정부는 국내 정유업체에게 유리한 관세를 적용해 오히려 독과점 체제를 견고히 했다는 지적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19일 고유가 대책의 일환으로 석유제품 경쟁을 촉진하겠다며 삼성토탈을 다섯번째 석유 공급사로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23일 정부와 정유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2년 타이거오일은 해외에서 휘발유·경유 등의 석유 완제품을 수입해 국내에 공급했다.
타이거오일은 해외의 값싼 석유제품을 들여와 국내 정유사보다 10~20% 저렴하게 주유소에 팔았다. 2001년 타이거오일의 매출액은 2800억원에 달했다.
당시 타이거오일을 비롯해 이지석유·페트로코리아 등 80개 안팎의 수입사가 있었고 이들의 시장점유율은 10%에 육박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SK·LG·현대·쌍용 등 국내 정유사들은 정부를 상대로 로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정유사가 수입하는 원유와 타이거오일이 수입하는 석유 완제품에 붙는 관세는 5%로 동일했다.
그러나 이들 국내 정유사들은 가공이 안된 원유에 붙는 관세와 가공이 끝난 석유제품에 붙는 수입 관세가 같으면 정유사에 불리하다고 주장, 5%로 동일했던 관세가 2003년 7월을 기점으로 수입석유는 7%로 높아지고 국내 정유사들은 관세가 3%로 낮아졌다.
관세 조정과 더불어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잃은 국내 수입 석유 업체들은 2003년부터 시장에서 철수, 석유시장은 다시 기존 4개 정유사의 과점 구조로 되돌아갔다.
정부가 정유사들의 배를 불리기 위해 관세를 조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하지만 정부는 최근 4대 정유사의 과점을 깨겠다면서 삼성토탈을 끌어 들였다.
원칙 없는 정부의 대책에 대한 비난 여론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식경제부 한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서는 석유 수입업체든 삼성토탈이든 독과점시장에서 경쟁이 촉진되면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당시 수입업체가 경쟁력을 잃어서 국내 시장에서 철수한 것인지 관세 조정으로 방해를 받은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