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대학생 절반 이상은 중소기업 취업 시 3000만원 이상의 연봉을 희망했지만, 실제 3000만원 이상의 초임을 지급하는 중소기업은 열 곳 중 한 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학생의 7.2%만 중소기업 취업을 선호한 반면 90% 이상의 대학생들은 대기업과 공기업 등 임금이 높은 곳을 원하고 있었다.
이 같은 중소기업 기피 현상을 두고 대학생의 눈높이가 조정돼야 한다는 주장과 눈높이에서 비롯된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전국의 대학생 321명과 중소기업 328개사를 대상으로 '청년층의 중소기업 취업 의사 및 미스매치 실태'를 조사한 결과 대학생의 절반 이상인 52.7%가 신입직원 연봉으로 '3000만원 이상'을 희망했지만, 중소기업의 8.2%만 3000만원 이상의 대졸초임을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5일 밝혔다.
대학생들은 중소기업 취업 기피 이유로 43.3%가 '낮은 임금·복리후생 수준'을 꼽았다. 이어 '불투명한 비전'(24.9%), '고용불안'(14.6%), '능력개발 기회부족'(6.5%), '낮은 인지도'(6.5%) 등을 차례로 지적했다.
특히 중소기업을 선호한다는 응답은 10%에 못 미치는 7.2%에 그쳤다. 반면 '대기업'(30.8%), '공기업·공공기관'(25.2%),'외국계 기업'(24.9%), '중견기업'(10.3%) 등을 선호한다는 의견은 91.2%에 달해 일자리 선호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중소기업 취업에 대한 취업정보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사에 참여한 대학생 77.6%는 중소기업 취업정보를 얻기 어렵다고 했고, '급여수준'(82.9%), '복리후생'(57.0%), '회사 미래비전'(54.2%), '업무내용'(29.9%), '재무상태'(17.8%) 등을 알고 싶어했다.
이와 달리 중소기업들은 '복리후생'(79.0%), '급여수준'(73.2%), '업무내용'(75.3%) 등을 중심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회사의 미래비전을 공개한다는 기업은 25.6%에 그쳤다.
대졸 신입직원 채용과 관련해 중소기업의 46.3%는 '임금 등 구직자와의 눈높이 차이'를 가장 많이 꼽았고, 이어 '중소기업 취업기피로 지원자 부족'(17.1%), '지원자 중 원하는 인력 부재'(15.9%), '최종합격자의 조기 퇴사'(12.8%) 등을 지적했다.
박종남 대한상의 상무는 "노동시장의 미스매치 해결을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더불어 대학생의 눈높이 조절이 필요하다"며 "정부도 중소기업 청년인턴제, 취업알선과 고용서비스의 제고 등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을 펼쳐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생들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을 '눈높이'탓으로만 돌리기엔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취업 후 상환해야 하는 등록금과 이직 때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 등 여러 현실적 요인들로 인해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한다는 것이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올해 초 대학생 690명을 대상으로 '학자금 대출 현황'을 조사한 결과, 학자금 대출자 1인당 평균 대출금액은 1353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대졸 초임 연봉이 2254만원(잡코리아 1월 조사 기준)의 절반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취업자들은 낮은 임금에 대출금 상환 부담까지 이중고를 겪어야 한다. 이러한 경제적 여건을 무시한 채 대학생들에게 눈높이만 낮출 것을 요구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동할 수 있는 사다리가 사실상 막혀있다는 점도 취업 준비생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는 이유다.
취업 준비생인 김은영(26)씨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은 1000만원 이상 연봉이 차이날 뿐만 아니라 이직을 할 때 중소기업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것으로 안다"며 "차라리 1~2년 취업이 늦어지더라도 이직까지 생각해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가는 게 낫다"고 말했다.
대기업 출신들은 중소 기업으로 옮기더라도 좋은 대우를 받지만, 중소기업 출신들은 비슷한 규모의 회사로만 이직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피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송화선 청년유니온 조직팀장은 "대학생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꺼려하는 것은 눈이 높아서가 아니라 좋은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라며 "대기업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해줄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