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회장 재판 난항..핵심증인 진술 계속 번복

입력 : 2012-04-27 오후 3:01:11
[뉴스토마토 윤성수기자] 수백억원의 회사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는 최태원 SK(003600)그룹 회장을 둘러싸고 증인의 진술이 거듭 번복되면서 재판진행이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이원범 부장판사)는 지난 24일과 26일 양 일간에 걸쳐 SK계열사 자금을 유용, 사적인 투자를 한 혐의로 기소된 최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에 대한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증인으로 참석한 서모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베넥스) 대표는 김준홍 대표와 베넥스를 공동 운영해, SK계열사로부터 펀드자금을 끌어들인 과정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이 때문에 검찰은 서 전 대표를 주요 증인으로 신청했다.
  
하지만 서 전 대표는 법정에서 계속 말을 뒤집는 등 오락가락했다.
   
◇연이어 진술 번복..변호인측 "증인 신뢰 못해"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SK텔레콤(017670)SK C&C(034730) 등의 선지급금 500억원이 베넥스 펀드에 투자된 것은 최 회장의 펀드 자금 횡령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고 주장했다. 
 
서 전 대표는 앞서 검찰수사과정에서 "최 회장이 지시했는지는 잘 모른다"고 밝혔으나, 이날 법정에서는 "지난 2008년 10월29일 첫 선지급금이 들어오기 전(10월27일) 최 회장의 선지급에 대한 컨펌(지시)이 있었다"고 기존 진술을 뒤집었다.
 
서 전 대표는 또 "김 대표가 최 회장을 만나고 와서 'SKT와 SK C&C에서 500억원 펀드 투자금이 들어올 거다. 이 돈을 이용해 회장님 일로 500억원을 만들어서 회장님이 지시하신 곳에 돈을 보내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변호인측이 "최 회장이 펀드 투자금으로 500억원을 만들라고 지시했다고 들었느냐"며 다그치자 "듣지 못했다"고 바로 말을 바꿨다. 또 "펀드 자금을 사용해 500억원을 보내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들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아니다"라며 계속 말을 바꿨다.
 
서 전 대표의 진술이 거듭 번복되자 변호인측은 서 전 대표가 진술을 계속 번복하고 있다며 신빙성에 대해 강하게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서 전 대표는 "지난 4월7일 검찰에 방문해 예전 진술조서를 보니 선지급금과 관련해 진술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식했다"며 "조사를 거듭하면서 생각이 정리됐고 새로운 내용이 생각나면서 말을 바꾼 것"이라고 해명했다.   
 
◇"펀드 수수료도 배임수준" VS "최 회장 비용부담 때문"
 
한편, 2008년 당시 조성된 베넥스 펀드의 과도한 수수료율에 대한 의혹도 이날 제기됐다.
 
검찰에 따르면 베넥스가 SK계열사로 부터 받은 총 출자액 455억원의 오픈이노베이션펀드의 경우 '등록한 날부터 해산까지 출자금 총액의 연 3.75%'로 관리보수 계약을 맺었다. 이는 통상 연 2.5%의 수수료를 받는 것과 비교하면 훨씬 높은 수준이라는게 검찰측의 주장이다.
 
또 펀드운영에 따른 수익 배분은 통상 펀드가 약속한 수익률을 넘길 경우 초과 수익의 20%를 주는 것과 달리 총 투자수익의 20%로 설정한 점에 대해서도 검찰은 문제삼고 있다.
 
이처럼 높은 관리보수 및 수익보수를 받는 경우는 사실상 회사의 자금을 축내는 배임수준이라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검찰은 이 때문에 베넥스가 SK에게 수백억을 되돌려주는 대가로 수수료 인상을 요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변호인측은 "규정상 관리수수료는 펀드의 관리에 따른 비용적인 성격이 크다"며 "업무집행조합원(베넥스측)이 얻는 수익은 관리수수료가 아니라 투자 성과에 따른 수익배분에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호인은 다만 "베넥스측이 펀드수수료를 올린 것은 해외 마케팅, 고급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데 따른 것"이라며 "검찰이 주장하는 배임의 문제는 발생할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 등에 대한 다음 공판은 내달 5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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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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