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겨냥한 본격 수사를 선언하면서, 숱한 의혹에서 살아남았던 그가 결국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박 전 차관은 '민간인 불법사찰' 배후 의혹과 'CNK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 SLS그룹 이국철 회장의 향응접대 의혹 등 숱한 비리 의혹을 받아왔지만, 검찰 칼끝을 피해 건재해왔다.
현 정권 출범 전부터 이명박 대통령과 각별한 인연을 맺어온 박 전 차관은 '왕차관'이라 불릴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누려왔다.
박 전 차관은 2000년대 초반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하면서부터 이명박 대통령 형제의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2002년 박 전 차관은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선거캠프에 합류했고, 이후 지근거리에서 이 대통령을 보좌해왔다. 시장 당선 이후 정무보좌역으로 일한 박 전 차관은 2007년 대통령 선거 직후에는 당선인 비서실 총괄팀장으로 중용된다.
이어 대통령실 기획조정비서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지식경제부 차관에 이르기까지 현 정권 내내 직급과 무관하게 최측근 실세로서 막강한 권한을 휘둘러왔다.
'잘나가던' 그의 권력가도에 이상신호가 발생한 것은 CNK 주가조작 의혹,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이 사건화되면서부터다.
2009년 1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으로 재직한 박 전 차관은 민간인 불법사찰과 증거인멸 시도 등을 배후에서 조종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또 지난해 5월까지 근무한 지식경제부 2차관 시절 그가 깊숙이 개입했던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사업도 세상을 떠들석하게 한 희대의 스캔들이 됐다.
전날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와 서울중앙지검은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와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등 두 건의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그의 자택과 선거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동시에 진행했다.
이와 관련해 박 전 차관을 중심으로 파이시티 사건에서 '대우그룹' 출신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이 사건에 등장하는 브로커 이동률씨와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는 대우건설 선후배 사이다.
검찰이 자택을 압수수색한 파이시티 전 상무 곽모씨도 대우건설 출신이다. 그리고 박 전 차관도 과거 대우그룹에서 일했으며, 이 대통령과는 같은 대학을 나왔다.
이런 사정들 때문에 이 사건의 핵심이 최시중 전 위원장이 아니라, 오히려 박 전 차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이날 이례적으로 "오늘부터 박 전 차관에 대한 수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박 전 차관 관련 의혹을 풀 단서를 이미 충분히 확보했다는 얘기로 들린다.
박 전 차관에게는 '이번 만큼은 수사의 그물망을 빠져나갈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