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지난달 국세청으로부터 4000억원대의 법인세 추징을 통보받은 것으로 30일 뒤늦게 확인됐다. 5년 전 정기 세무조사 당시 부과된 추징액 180억원의 20배를 훌쩍 넘는 규모로 사상 최대다.
국세청은 지난해 7월부터 7개월여에 걸쳐 삼성전자에 대해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벌여왔다. 조사 착수가 당초 예정됐던 2월보다 5개월여 늦어지면서 항간에 유착설이 나돌자 국세청은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을 투입시킴과 동시에 이례적으로 조사기간을 늘리기까지 했다.
이번 세무조사에서는 본사와 해외법인 간 내부거래 가격인 ‘이전 가격’이 주요 세무 대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전 가격(Transfer Pricing)을 정상 거래 가격과 다르게 조정할 경우 법인세에 따른 차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세금 탈루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게 세제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본사가 해외법인으로부터 정상 거래가보다 높은 가격에 제품(완제품·부품)을 사들이고, 대신 해외법인에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하게 되면 결론적으로 본사 소득이 해외법인으로 이전되게 된다. 국내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해외법인의 이익규모를 증대시켜 법인세를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의 경우 100여개가 넘는 해외법인을 거느리고 있는데다 매출액 9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하는 글로벌 기업이기 때문에 이전 가격을 임의로 조정할 경우 법인세에 있어 큰 차이를 낳을 수 있다.
세금 폭탄을 맞은 삼성전자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향후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날 “(국세청으로부터) 법인세 추징을 통보받았지만 정확한 금액은 확인해 줄 수 없다”며 “이전 가격과 관련한 세금 탈루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내부에서는 일단 국세청에 세액 조정 신청을 낸 뒤,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행정소송을 청구하는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달 공정위로부터 역대 최대 과징금인 4억원의 과태료를 부과 받았다. 의도적이고 조직적으로, 또 상습적으로 공정위 조사를 방해했다는 게 추징의 이유였다.
사상 최대 실적에, 사상 최대 신고가를 내고 있는 삼성전자 이면의 또 다른 ‘사상 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