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퍼뜨리고 보는’ 포스코식 성과공유제..정말 대안?

입력 : 2012-05-09 오후 6:09:39
[뉴스토마토 황민규·이보라기자] 정부가 주도해 동반성장의 대표적 모델로 부상하고 있는 포스코식 성과공유제에 대해 중소기업계와 학계 등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포스코식 성과공유제'가 실효성에 한계가 있어 대-중소기업간 구조적 병폐를 해결하기 위한 근원적 처방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성과공유제는 기본적으로 중소기업의 자발적인 기술개발 노력으로 납품단가 인하에 성공했을 경우 이를 대기업이 장기공급계약권, 투자·지원금 등으로 보상한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즉 포스코의 성과공유제도 실상 중소기업이 대기업에게 제출한 원가절감 내역 설명을 대기업이 인정하는 경우에만 가능한 셈이다.
 
이런 비판에 따라 최근 지경부가 ‘성과공유 확인제‘로 명칭을 변경해 대기업의 성과공유 내역에 따라 공공발주에서 가산점을 부여하기로 했지만, 중소기업계에서는 “별반 차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포스코 하청체쪽에서도 "포스코를 롤모델로 부각시키는 건 납득이 안되는 일"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선 중소기업연구원은 성과공유제가 산업계 전반에 확산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지경부가 아직 정책효과가 구체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제도를 정당한 협의 절차 없이 무작정 밀어붙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황성수 연구위원은 “성과공유제는 아직 구체적으로 평가를 하거나 도입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입안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는 과정”이라며 “정책이 입안이 되려면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전문가 협의를 거쳐야지 가당치도 않은 걸 정책이라고 내놓으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포스코는 협력업체와의 관계나 산업영역의 특수성에 있어 다른 대기업과 패러다임이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이같은 모델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며 “결국 포스코식 모델은 포스코한테만 해당하는 얘기”라고 평가했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이 대원인물을 방문해 현황을 청취하고 있다
 
◇'포스코-대원인물'이 동반성장 롤모델?
 
현장에서 포스코 하청업체들이 체감하는 성과공유제의 실효성도 미미하다.
 
포스코의 전 협력업체 관계자는 "성과공유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포스코도 결국 다른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하청업체와 단가계약을 하는 방식에서부터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또다른 협력업체 관계자도 "포스코가 협력업체를 평가할 때 사용하는 '핵심성과지표(KPI : Key Performance Indicator)라는 툴을 악용해 재계약시 원가를 절감하지 못한 협력업체들을 대상으로 등급을 매겨 물량을 한정시킨다거나, 아예 대놓고 가격을 후려치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또 최근 포스코가 적극 홍보에 나선 협력업체 대원인물과의 '상생 로드맵'에 대해서도 일반적인 사례로 업계에서 활성화되긴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정 협력업체를 발굴해 집중적으로 투자, 지원하는 방식의 동반성장 프로그램도 가능하지만, 현재의 불합리한 대·중소기업 관행을 바꾸는 근본적인 처방은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와 함께 기술을 개발하는 협력업체 사례는 대원인물 외에 거의 들어보지도 못했고 대원인물이란 회사도 언론보도를 통해 알았다"면서 "이 같은 형태는 협력업체가 기술개발에 성공해 제품으로 활성화시켰더라도 애당초 계약조건이 나와 있는 수준까지만 지원이 가능한 형태"라고 꼬집었다.
 
◇"하청업체 관리시책 지나치게 엄격"
 
노사관계 지침 등 포스코의 협력업체에 대한 관리시책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비판도 있다.
 
포스코가 협력업체와 재계약을 체결할 때마다 사용하는 평가 지침인 KPI가 실질적으로 협력업체에게 경영에 관련한 압력을 가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주장이다. 협력업체로서는 포스코와 공급계약을 계속 맺으려면 KPI에 부합하는 노동환경을 만들 수밖에 없다.
 
한 관계자는 "포스코는 이 평가를 통해 생산성뿐만 아니라 노사관계를 굉장히 중요하게 보고 있어서 노조가 있는 사업장은 거의 꼴찌를 면치 못한다"면서 "노조를 정리하지 못한 하청업체는 재계약을 거의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포스코가 협력업체 노조를 직접적으로 탄압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평가지표 자체가 노조 활동을 약화시켜 하청업체의 권리를 제약하고 있다"며 "KPI 평가에서도 노사관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30%가 넘는데 이렇게 노사관계에 비중을 두는 기업은 포스코 밖에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포스코가 개별사업장의 노사관계 뿐 아니라 협력업체 임원 인사에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협력업체 관계자는 "한번은 포스코가 노사문제로 시끄러운 사업장의 사장을 다른 협력업체로 보내고 노조문제에 정통한 ‘포스코맨’을 사장으로 발령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포스코측은 이런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KPI에서 노조 존재 여부가 30%라는 주장은 허위”라며 "특히 제철, 정비 부문 등 포스코에 직접 들어와야 하는 주요 협력업체의 경우에도 포스코 출신 사장은 절반도 되지 않는데 협력업체 인사를 좌우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터무니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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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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