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금융기관에 상근하면서 두 곳의 감정평가법인에 이름만 빌려주고 업무를 하지 않은 감정평가사에 대한 1년간의 업무정지 처분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일반적으로 감정평가사의 겸직이 금지되는 것은 아니더라도, 감정평가사가 소속된 법인의 업무 등을 전혀 수행하지 않았다면 감정평가사 자격 제도 등의 허용 취지를 남용한 행위라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겸직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상근 근무처 외에 여러 법인에 명의만 대여해주고 일정 보수를 받던 감정평가사 업계의 관행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11일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진창수 부장판사)는 감정평가사 이모씨가 "감사원도 문제 삼지 않는 겸직·비상근 근무형태를 이유로 1년간 업무를 정지한 처분은 부당하다"며 국토해양부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감정평가사 수에 따라 감정평가법인이 법원 감정평가 물량을 더 배정받을 수 있는 점 등에 비춰볼 때 법인에 적을 둔 감정평가사는 그 업무수행 또는 감정평가법인의 운영 등에 상당한 정도로 관여할 것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감정평가사가 소속된 법인의 업무를 수행하거나 운영 등에 관여할 의사가 없다거나, 수행한 업무의 양과 내용 정도를 고려했을 때 감정평가사로서의 업무를 실질적으로 수행한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면 이는 감정평가사의 자격 제도 및 감정평가법인의 허용 취지를 남용한 행위로 자격증의 부당행사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종전에 금융기관에 상근하면서 감정평가법인에 형식적으로 적을 뒀던 감정평가사들에 대해 국토해양부가 징계처분을 한 적 없다는 사정만으로, 감정평가사 자격증의 부당행사에 대한 국토해양부의 공적인 견해표명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A금융기관에 상근 계약직으로 입사해 근무하던 중 감정평가법인 두 곳의 감정평가사 일을 겸직하면서 1년 동안 총 1500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국토해양부는 이씨가 감정평가사 자격증을 대여 또는 부당하게 행사했다는 이유로 업무정지 1년을 처분했고, 이에 이씨가 "감정평가사들의 겸직행위는 관행처럼 이뤄져 왔고 징계처분을 받은 사례도 없다"며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