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선기자] "정부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없이 인위적인 경기부양으로 중견건설사들의 또 다른 부실을 야기시키고 있다"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건설기업노련)은 14일 '중견건설사 위기사태 규탄 및 올바른 회생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건설사 사주, 채권단 3주체의 무책임 속에 중견건설사가 무너지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건설기업노련은 35개 중견건설사 노동조합 연합체로 이날 기자회견에는 풍림산업, 우림건설, 벽산건설, 삼부토건, 삼안 등의 노조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날 한자리에 모인 이들은 정부와 채권단에 건설사 회생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을 해줄 것을 요구하는 한편, 무책임한 경영으로 직원들의 희생만 강요하는 사주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각 회사가 처한 위기 상황을 전파하며 현실적인 부양정책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풍림산업(001310) 노조는 회사가 미분양 아파트 500여 가구를 직원들에게 강제로 떠넘기면서 직원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풍림산업 관계자는 "법정관리에 들어간 풍림산업은 대다수 직원들이 회사의 미분양 아파트 1~3채 이상씩을 억지로 보유하고 있다"며 "금액으로 따지면 개인이 3억~18억원이 넘는 빚을 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채권회수가 끝나자 추가자금 지원을 거부한 일부 채권은행에 의해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됐다"며 "워크아웃의 본질은 사라진 채 채권 회수의 목적만을 달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림건설도 방만 경영의 책임이 직원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음을 토로했다.
표연수 우림건설 노조 사무국장은 "사주의 무리한 해외투자와 환헤지를 위한 '스노볼' 투자 실패(1730억원 순손실)가 결정적 위기의 원인"이라며 "채권회수를 마친 은행들이 역시 신규 자금 지원을 거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회사 관계자는 "워크아웃에 들어가 신용등급 하락과 함께 시중 자금융통이 불가한 상태라 공사이행보증 조차 어렵다"며 "이러한 상황이라면 채권은행에서 신용, 자금 지원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헌인마을 PF, 카자흐스탄 사업 실패를 비롯한 방만 경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가 철회하면서 사적 워크아웃을 진행하고 있다"며 "회사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산매각이 지연되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삼안은 프라임그룹이 부실경영으로 삼안의 회사자금 1200억원을 가져간 후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삼안 관계자는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오는 7월1일까지 사주의 자율적 매각을 진행하기로 했지만 사실상 사주의 시간벌기 일 뿐 매각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건설기업노련은 핵심적 문제를 건설사의 문제에만 맡길 게 아니라 정부가 대책마련에 나서 줄 것을 촉구했다.
건설기업노련은 "미분양 아파트 전가 등 노동자들에 대한 책임전가를 처벌하고, 기업의 정상운영을 위한 적정자금이 지원되도록 채권단 지원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대기업, 중소기업 간 상생구조 구축 마련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건설기업노련은 "대기업 건설사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하고 대기업 중견기업 건설사 간 상생구조를 구축하라"고 주장했다.
또 "워크아웃 건설사들이 공공발주 공사에 배제되어 수주 불가로 인한 악순환에 빠지는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고, 공정한 입찰기회를 제공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