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급발진 합동조사, '면피성' 안된다

입력 : 2012-05-14 오후 3:57:46
[뉴스토마토 강진규기자] 최근 자동차 급발진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잇따르자 국토해양부가 지난 9일부터 급발진 등 자동차 제작결함 합동조사반을 구성해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국토부에 따르면 합동조사반은 조사의 신뢰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동차 관련 전문가인 교통안전연구원과 산업계, 학계를 비롯해 급발진 가능성을 주장하는 시민단체 등 외부위원 5명까지 포괄하는 총 21명으로 구성됐다.
 
합동조사반은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지난 6일 대구앞산순환도로에서의 YF쏘나타 사고와 지난달 30일 대구 와룡시장에서 발생한 그랜저 급발진 추정사고, 지난 3월2일 용인시 풍덕천 2동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스포티지R 사고, 지난 2월2일 요인시 신호대기중 발생한 프리우스 사고, 지난 2010년 발생한 SM5 등 5개 급발진 사고를 우선 조사하게 된다.
 
이 가운데 프리우스와 스포티지R 사고에 대해선 조사를 마치고 데이타를 분석중이라고 국토부 관계자는 밝혔다.
 
급발진 사고를 조사하기 위해서는 현장조사와 함께 차량용 블랙박스, 사고기록장치(EDR), 전자식 가속제어 시스템(ETCS), 급발진 방지 시스템인 브레이크 오버라이드 시스템(BOS) 등을 조사한다.
 
국토부는 사고 기록 조사를 위해 데이타를 추출할 때 합동조사반과 함께 사고 관련자들을 입회시켜 신뢰성을 최대한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EDR 조사와 분석은 제조사만이 할 수 있어 사고 당사자들은 "생선을 고양이에게 맡기는 꼴"이라며 벌써부터 조사 결과에 불신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실제 조사 결과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국토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물론이거니와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 급발진 추정사고에 대한 진상 조사가 진행됐으나 대부분이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으로 결론이 났고, 자동차 구조적 결함으로 인정된 경우는 전무하다.
 
그만큼 급발진이 자동차 결함때문임을 입증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는 방증이다. 오히려 조사는 피해자인 사고 당사자의 실수만을 증명하는 것으로 변질되고 있다.
 
지난 6일 YF쏘나타의 급발진 추정 사고의 블랙박스 동영상을 본 수많은 네티즌들은 이구동성으로 "자동차 제작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 외에 설명이 안된다"는 댓글로 인터넷을 도배하고 있다. 심지어 제조사인 현대기아차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벌여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자동차 전문가들도 이번 합동조사반에 회의적이기는 마찬가지다. 합동조사반 구성원들이 전자제어부문 전문가들로 구성되지 않아 들러리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가장 중요한 것은 여전히 제조사와 판매자 중심으로 돼 있는 소비자 안전 관련 정책이 소비자 중심으로 바뀌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카메라를 외부 뿐만 아니라 내부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부분까지 확대 설치해 소비자의 책임을 면할 수 있도록 하기만 해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번 사고는 7중 추돌 사고로 이어져 모두 17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의 책임이 운전자에게 귀결된다면 손해배상은 커녕 범법자로 전락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정부가 더욱 공정하고 세밀한 조사를 통해 사고 원인 규명에 전념해야하는 이유다.
 
또 전자제어장치가 자동차 구성 부품의 25~30%에 해당하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전자파 등 급발진 원인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제조사도 목전의 책임회피에만 주력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책임있는 자세로 소비자를 중심에 둔 세심한 배려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세계 5대 완성차 기업을 둔 나라라는 자부심이 부끄럽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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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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