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전장' 공략 움직임..현대차 ‘신경 쓰이네’

입력 : 2012-05-15 오후 1:59:14
[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삼성전자가 자동차용 전자제품(전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현대차와의 미묘한 신경전이 표면화되고 있다. 재계 1, 2위라는 전통적인 라이벌 의식까지 작동해 자존심을 건 '한판 격돌'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삼성의 전장 진출 배경에는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사장이 있다. 이 사장은 그룹을 이끌어갈 차기 리더로서 미래 성장 동력을 전장에서 찾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삼성전자는 이미 자동차용 전지를 5대 신성장 동력으로 꼽았다. 궁극적으로 엔진이 전지로 대체될 것이란 믿음을 깔고 있다.
 
이 사장은 지난 11일 7박8일의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했다. 7일엔 독일 현지에서 마틴 빈터콘 폭스바겐 회장을 만나 자동차용 2차 전지와 반도체 등 전자부품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삼성의 축적된 전자 기술력을 글로벌 자동차에 결합시키겠다는 취지다.
 
이 사장은 올 하반기에는 앨런 멀럴리 포드 최고경영자(CEO)와도 만날 예정이다. 앞서 이 사장은 지난해 10월 댄 애커슨 GM 회장을 만난 데 이어 올 1월과 2월엔 아키요 도요타 사장과 노버트 라이트호퍼 BMW 회장을 차례로 만났다.
 
또 최근엔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지주회사인 엑소르 그룹의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그야말로 광폭 행보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이 사장이 자동차용 차세대 전자부품에 관심이 많다”면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자동차 업계에 대한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삼성은 냉장고 외에 바퀴 달린 것은 안 한다”며 혹여 있을 완성차 진출 관측을 경계했다.
 
삼성이 이토록 전장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시장의 높은 성장성 때문이다. 매킨지 컨설팅은 자동차 제조원가에서 전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4년 19%에서 2015년 40%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액으로는 같은 기간 1200억달러(약 138조원)에서 2000억달러(약 230조원) 규모로 확대된다.
 
이를 선점하기 위해 삼성이 발 벗고 나섰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자동차는 이미 기계를 벗어나 전자집약산업으로 진화했다. 반도체를 비롯해 전자제어장치, 전지, 에어컨, 오디오 등 각종 전자 기술이 접목됐다. 최근에는 자동주차, 차선이탈방지, 차체자동제어,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 첨단 기능까지 일반화되는 추세다. 각종 램프에는 발광다이오드(LED)가 사용되고 있다.
 
삼성은 일단 자동차 회사와 직접 거래하는 1차 전장보다는 이들에게 소재와 원재료를 공급하는 2차 벤더 역할에 주력할 계획이다. 다분히 기존 완성차 업체와 전장 업체를 의식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삼성의 발 빠른 움직임에 현대차(005380)는 불편한 속내를 내비쳤다. 도요타, 포드, GM, BMW 등 해외시장을 놓고 겨뤄야 하는 타사 브랜드에 삼성의 전자 기술이 탑재되는 것은 아무래도 신경 쓰이는 대목이란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현대차는 그러면서 독자기술 대응 방침을 확고히 했다. 독일 보쉬와의 관계를 24년만에 청산하며 '전장 독립'을 선언했다. 지난달엔 계열사별로 산재됐던 전장 연구기능을 하나로 묶고 현대 오트론을 설립했다. 정몽구 회장의 질책과 독려는 자체 수급체계 확보로 이어졌다. 설계에서부터 마지막 전장까지 현대의 손을 통해 완성차를 뽑아내겠다는 의지다.
 
동시에 반도체 인력 수급에도 나섰다. 지난 10일 마감한 오트론의 반도체 경력사원 채용에는 삼성전자 출신의 우수 인력이 대거 몰렸다. 오트론은 향후 차량용 반도체는 물론 각종 전자제어장치 생산을 담당하며 전장의 전초기지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삼성이 해외 경쟁사들과 만나고 다니는데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는 없다”면서도 “차를 이해하고 기술을 접목시키는 우리와는 차이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은근히 우월성을 강조한 것이다. 한국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신경전'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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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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