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국내 휘발유 가격이 이미 ℓ당 2000원이 넘었는데도 석유 소비량이 오히려 증가하자 정부가 국민들에게 대중교통 이용을 호소하고 나섰다.
그 동안 정부는 알뜰주유소 확대와 혼합석유 판매 허용, 전자상거래 활성화, 제5의 정유 공급사 도입 등 공급측 대책을 내놨지만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하자 수요 대책으로 방향을 바꿨다.
특히 오는 7월부터 유럽연합(EU)이 이란산 원유수송 보험을 중단키로 결정하면서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커지며 정부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정부, 대중교통 이용 권장
정부는 23일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고유가 대응을 위한 석유소비 절감대책을 확정해 발표했다.
이날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개인 자가용 이용은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을 권장하는 것이 핵심이다.
생계를 위해 꼭 차가 필요한 소상공인의 경우 연비가 나쁜 노후된 화물차를 신차로 교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신차 구입자를 겨냥해서는 하이브리드차·경차 등 고효율 승용차에 대한 세제 감면을 3년 연장키로 했다.
승용차 이용을 줄이기 위해 공영 주차장 요금을 인상한다. 대신 대중 교통비를 신용카드로 지급하는 경우 30%의 공제율을 적용하고, 대중교통비 지급분을 소득공제 한도 300만원에서 100만원을 추가키로 했다.
내년에는 전국 대중교통을 하나의 교통카드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광역급행버스(M-BUS)를 확대키로 했다.
버스 정류소에 노선별 차내 혼잡도를 표시하고 주요 도심 교통거점에 택시·버스·지하철을 연계한 복합환승센터도 개발한다.
◇국민들 고유가에 '적응'..기름값 올라도 소비는 늘어
정부가 고유가를 잡기 위해 소비 측면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은 최근 고유가에도 올 1분기 국내 휘발유와 경유 사용량은 오히려 3.1%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 원유 수입액은 2010년 1분기 156억달러에서 2011년 1분기 226억달러, 2012년 2분기 269억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경부 한 관계자는 "유가가 서서히 올라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폭이 적은 것 같다"며 "유가가 오르면 소비를 줄이는 것이 맞는데 평소 생활습관을 고치기 어렵기 때문에 소비가 줄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 같은 기간 휘발유와 경유 소비량은 미국이 2.6%, 유럽이 2.1% 감소했고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소비량을 각각 10.6%와 5.7% 줄었다.
정부가 이번 대책을 내놓은 것도 석유를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유가와 석유소비 증가로 인해 우리 경제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우리나라의 석유 소비 비중은 ▲산업 57.3% ▲수송 32.7% ▲가정·상업 7.2% 등이다. 산업용 원료를 제외하면 수송(61.0%), 산업(20.4%), 가정·상업(13.4%) 등의 순이다. 때문에 정부는 수송용 석유 비중을 줄이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관섭 지경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수송의 석유 생산 효율이 높기 때문에 산업보다 수송에 초점을 맞췄다"며 "고유가에 대한 문화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