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이건희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24일 오후 귀국했다. 지난 2일 유럽 출장길에 오른 지 23일 만이다.
이 회장은 첫 도착지 스페인을 시작으로 이탈리아, 프랑스를 둘러봤다.
이 회장은 출국 전 기자들과 만나 “세계적으로 다 불경기지만 특히 유럽이 문제가 많아서 그 상황을 직접 보고 들으려 간다”고 말했다. 세계경제를 강타한 유럽 주요국들의 재정위기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겠다는 뜻이었다.
이 회장은 스페인에서 뒤늦게 합류한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잠시 조우했다.
이 회장은 이후 이탈리아 밀라노로 이동했다. 2005년 ‘디자인 경영’을 선언했던 곳으로, 이 회장에겐 1993년 ‘혁신 신경영’을 선언했던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함께 인연이 깊은 장소다.
이 회장은 밀라노에서 디자인 흐름을 점검하고, 그룹 주요 계열사 사장단과 경영전략회의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탈리아 일정을 마친 이 회장은 10일 프랑스 파리에 도착했다. 이 회장은 프랑스에서 나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14일 오후 부르제 공항을 출발해 일본으로 향했다.
이 회장은 일본에서 오랜 인연을 쌓아온 정·재계 지인들과 만남을 갖고, 침체의 늪에 빠진 일본 가전업계의 원인과 배경 등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장기간의 출장에 따른 여독과 내달 1일 열릴 호암상 시상식 참석을 위해 당초 일정을 일주일 정도 앞당겨 귀국했다.
이 회장은 24일 전용기 편으로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유럽 경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더 나빴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옛날과 달리 일본도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고, 또 여전히 어려움이 올 것이라고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회장은 그러면서 “전반적으로 사람들이 일하기 싫어하고 나라의 복지를 많이 기대하고, 이런 점에서 유럽이나 일본이 다 어렵게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재계에선 이 회장이 세계경제의 현주소를 눈으로 직접 확인한 만큼 특유의 위기의식이 재연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내부 전열을 가다듬는 한편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도 함께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후계자 이재용 사장이 최근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자동차 전장 부문이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 이 회장이 세계경제를 주도했던 유럽과 일본의 위기 근원에 복지가 자리했다고 판단한 만큼 이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연말 대선에서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를 시대정신으로 꺼내든 정치권과의 마찰을 예고하는 부분이다.
'성장과 복지'는 당분간 한국사회를 관통할 주된 화두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