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팀 쿡이 작심한 듯 독설을 내뱉었다. 상대는 삼성이다.
애플의 최고경영자(CEO)인 그는 특허분쟁에 임하는 삼성의 태도에 대해 "한마디로 미친 짓. 광기가 느껴진다"고 비난했다. 전임자인 스티브 잡스의 수위를 능가하는 원색적 표현이다.
쿡은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자매지인 올씽스디지털이 주최한 'D10 컨퍼런스'에서 "애플은 창작물을 복제하는 회사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조치에 나선 것인데 삼성이 휴대폰 제조에 필수적인 표준특허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소하고 나선 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화가 난다. 한마디로 미친 짓으로 광기가 느껴진다"고 삼성을 맹비난했다. 쿡은 이 과정에서 비속어까지 섞어가며 말을 이어갔다. 합리적 온건주의자라는 평가에 어울리지 않는 이례적 공세였다.
쿡의 이날 발언은 지난주 최지성
삼성전자(005930) 부회장과의 담판 직후 터져 나온 내용이라 협상 테이블에서 겪었을 난항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삼성 역시 애플과의 장기전에 대비하며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29일 유럽출장의 여독이 채 풀리기도 전에 조기출근하며 최지성 부회장, 신종균 무선사업부문 사장 등 전자의 핵심 책임자들을 불러 모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경쟁사를 이길 수 있는 방안을 찾으라"며 "최고가 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라"고 주문했다.
애플과의 팽팽한 힘의 균형을 깨트릴 유일한 타개책이 시장 지배력에 있다고 본 것이다. 이는 경쟁력 강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경쟁력 강화가 시장 지배력의 우위로 이어지며, 이는 곧 애플과의 특허전에서 승기를 의미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일치된 전언이다.
양측이 '강 대 강'을 택함에 따라 무대는 시장으로 옮겨졌다. 곧 출시될 갤럭시S3와 아이폰5간 맞대결이 양사의 운명을 좌우할 단초가 될 전망이다.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