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양지윤기자] 삼성SDI가 핵심 업무인 전장(電裝) 분야와 관련된 이재용 사장의 주요 일정을 챙기지 못해 곤욕을 치루고 있다는 얘기가 삼성 안팎에서 돌고 있다.
삼성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사정은 이렇다.
지난 5월7일, 이인용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 팀장(부사장)이 그룹 기자실을 찾았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사장의 엑소르(EXOR) 사외외사 선임과 관련해 사실관계 여부를 확인해주기 위해서였다. 엑소르는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지주회사다.
이 팀장은 이어 이 사장의 유럽출장 일정에 대해 귀띔을 했다. 이날 폭스바겐의 마틴 빈터콘 회장 겸 CEO를 만난다는 내용이었다. 폭스바겐은 세계 3대 완성차업체 중 하나다. 또 이 사장이 올 하반기에는 앨런 멀러리 포드자동차 CEO와의 만남이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내용은 즉시 기사화됐다. 삼성이 자동차용 배터리, 반도체, 유기EL(OLED) 등 차세대 전장 분야에 깊은 관심을 갖고,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소식이 타전됐다. 특히 그룹의 후계자인 이 사장이 글로벌 자동차 업계 수장들과 잇단 회동을 하고 영업 최일선에 뛰어들었다는 뉴스에 재계는 들썩였다.
파장은 그룹 내에도 미쳤다. 특히 독일 보쉬와의 합작사 SB리모티브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는
삼성SDI(006400)가 분주하게 움직였다. 관련 정보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던 탓이다. 그룹 홍보실 역할을 맡고 있는 커뮤니케이션팀에 즉각 문의를 해 사실 여부를 확인했다. 내용은 그 뒤에야 박상진 사장에게 보고됐다.
박 사장이 입은 타격은 컸다. BMW에 전기차 배터리를 단독으로 공급하는 등 그룹 내 전장 부분의 선두에 있다는 자부심에 상처를 입었다는 말들이 나돌았다. 박 사장은 지난 2월 이재용 사장이 노버트 라이트호퍼 BMW 회장과 회동할 당시 배석하는 등 완성차 업계와의 미팅에 꾸준히 참석해왔다.
이에 대해 SDI 관계자는 “그룹 전반을 관할하는 CEO의 일정을 일일이 다 알 수는 없다”면서 “그런 면에서 이재용 사장 일정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있다고 해서 이상할 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무의 성격상 공유해야 할 정보(일정)가 누락된 것에 대해선 더 이상 설명을 하지 못했다.
삼성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이 사장의 일정이 그룹의 미래와 연결된 중차대한 일정들이었다는 점에서 주무 계열사인 SDI가 그 내용을 공유하지 못한 것은 전혀 삼성답지 않을 일"이라며 "이재용 사장의 지나친 비밀주의도 문제고, SDI도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