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용훈기자] 마지막 남은 미국에 대한 기대마저 붕괴됐다.
유로존 우려와 중국경제 침체에 이어 미국 고용지표마저 기대를 저버리면서 글로벌 경제가 '시계제로' 상태에 빠졌다.
유로존 재정위기가 미국 경제주체의 불안심리 확산으로 전이되면서 미국경제의 고용과 소비 선순환 회복에 대한 기대 약화가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게다가 7월 중순 발표되는 2분기 중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지난 1분기보다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글로벌 경제주체들의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5월 미국 고용 급랭과 2분기 중국 실질GDP 하락은 각국의 경기부양정책을 이끌어 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3일 톰슨로이터(Tomsom Reuters)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고용시장은 3~4월 위축에 이어 5월 들어 급랭했다.
5월 미 비농업취업자는 시장예상치 158만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 전월비 6만9000명 증가하며 2011년 5월 이후 최저 증가에 그쳤다.
5월 기준 3개월 이동평균 비농업취업자는 9만6000명 증가로 급락했고, 1~5월 평균으론 16만5000명 증가했다.
이밖에 5월 시간당 임금은 4월에 이어 전월비 0.1% 상승에 그쳤고, 주당 근로시간 역시 34.4시간으로 전월비 0.1% 감소했다.
반면 실업률은 시장예상치를 웃돌았다. 5월 실업률은 시장예상치 9.1%보다 높은 전월비 0.1%포인트 상승한 9.2%를 기록, 작년 8월 이후 8개월 연속 이어진 하락세를 마감했다.
미국 고용시장이 급랭은 2분기 들어 악화된 유로존 재정위기가 미국 기업의 경기 기대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5월 美 고용시장 급랭.."하반기 지갑 안 열린다"
이는 특히 하반기 미국 소비경기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앞서 4월 미 개인 소비지출은 시장예상 수준인 전월비 0.3% 증가하며 3월의 0.2% 증가보단 소폭 확대됐지만 개인소득은 시장예상치(0.3%)보다 낮은 0.2% 증가에 그쳐 전월 0.4% 증가보다 둔화됐다.
4월 개인저축률 역시 전월보다 0.1%포인트 하락한 3.4%를 기록하며 2007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개인소비지출(PCE)물가 역시 전년동월대비 1.8% 상승하며 2011년 2월 이후 처음으로 2%선을 하회했다.
때문에 하반기 미 소비경기가 회복되기 위해선 저축률 상승을 압도할 정도의 개인소득 증가가 필요한 상황이다. 즉, 임금소득 상승 외에는 대안이 없어 5월 미 고용부진의 파장은 더 큰 충격이 될 수 있다.
오는 17일 그리스 2차 총선과 28~29일 진행되는 EU 정상회의에서 반전의 계기가 만들어지지 않는 한 이런 기조는 지속될 것이란 어두운 분석이다.
◇'오리무중' 유로존..그리스 2차 총선 안개국면
유로존에 대한 불안심리도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스페인 은행위기 해결 방안으로 제시된 은행연합 구상이 독일의 반대로 무산되는 분위기다.
오는 17일 예정된 그리스 2차 총선도 여전히 안개국면이다.
2차 총선 결정 이후 31차례의 여론조사 가운데 구제금융 긴축재정을 지지하는 신민당은 대부분 1위를 지켰지만 최고 지지율이 29.4%로 30%를 넘기지 못했다.
반대편인 시리자는 최고 31.5%의 지지율을 포함해 4차례 수위에 올랐다.
그리스 총선에서 30%를 얻은 정당은 최고 50석의 비례대표 의석을 포함해 연정 구성이 가능한 130석 이상의 의석을 확보한다.
향후 2주간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스 2차 총선에 대한 불확실성은 향후 2주간 고조될 수밖에 없다. 2차 총선에서도 연정 구성에 실패하면 3차 총선이 실시되고 이는 불안감을 키울 수 있다.
이 가운데 유로존 경기침체는 더욱 악화되는 모습이다. 5월 유로존 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PMI)는 45.1을 기록하며 전월대비 0.8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09년 6월 이후 최저치다.
실업률 역시 사상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4월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실업률은 각각 24.3%, 15.2%로 전월비 0.2%포인트, 0.1%포인트 상승했다.
◇2분기 中 실질 GDP↓.."韓 수출경기 위축 지속"
중국경제 역시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중국물류구매연합회(CELP)가 발표한 5월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는 시장예상치 51.5를 밑돈 50.4를 기록하며 전월 53.3보다 2.9포인트 급락했다. 이는 2011년 11월 이후 6개월 만에 최저치다.
세부제표 면에서도 5월 생산지수가 4월 57.2에서 52.9로 하락한 가운데 신규주문지수는 54.5에서 49.8로 하락하며 5개월 만에 재차 중립선을 하회했고, 5월 신규수출지문 역수 4월 52.2에서 50.4로 떨어졌다.
때문에 7월 중순 발표되는 2분기 중국 실질GDP가 큰폭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중국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면 대중국 수출비중이 높은 국내 수출경기는 둔화될 수밖에 없다.
한국 5월 무역수지는 24억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석달 연속 흑자를 지속했지만 수출과 수입이 동반감소하는 불황형 흑자를 기록했다.
실제 5월 한국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0.4% 감소했고, 수입도 1.2% 감소하며 석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유로존 진정 필요.."美·中 경기부양책 기대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가 완만한 회복세를 재개하기 위해선 유로존 재정위기의 진정이 충족돼야 한다고 봤다. 오는 17일 그리스 2차 총선과 28~29일 EU 정상회의에 주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5월 미국 고용지표 악화가 미 연준의 추가 금융완화조치 시행의 명분이 됐다고 판단했다. 실제 버냉키 미 연준의장은 추가 금융완화조치와 관련해 물가가 2%선을 하회하거나 고용시장 악화를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중국정부 역시 2분기 경제성장이 부진할 경우 7월 중순 2분기 실질GDP 발표를 전후해 상반기 중 부진했던 경기부양책의 강도를 강화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 입장에서 5월 미 고용시장의 악화는 추가 금융완화조치 시행의 명분을 주기에 충분하기 때문에 미 연준이 오는 20일 FOMC회의에선 추가 금융완좌조치 시행의 팁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