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국내 게임업계 사상 최대의 인수합병이 8일 이뤄졌다. 1위 기업인 넥슨이 2위 기업인 엔씨소프트의 최대 주주로 올라선 것이다.
넥슨은 엔씨소프트의 설립자인 김택진 대표로부터 지분 14.7%에 해당하는 주식 321만8091주를 주당 25만원에 취득했다고 8일 밝혔다. 총 투자금액은 8045억원이며, 김 대표는 9.9%의 지분을 보유, 2대 주주로 내려섰다.
지금까지 넥슨은 막강한 현금 유동성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인수합병(M&A)을 진행한 바 있다.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등 주로 장르 1위 게임 흡수를 통해 사업 확장을 일궜다.
하지만 캐주얼에서 성공을 거뒀을 뿐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서는 약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 분야 최고라 할 수 있는 엔씨소프트 1대주주가 됨으로써 명실상부한 게임업계 최대 공룡이 됐다.
업계에서는 인수조건이 놀랍다는 반응이다. 조건이 김택진 대표에게 불리하다는 것이다.
최대 주주로부터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지분을 취득할 때는 보통 프리미엄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넥슨의 엔씨소프트 주당 인수가는 25만원으로 8일 종가인 26만8000원보다도 낮은 수치다.
물론 국내 게임시장이 레드오션인 가운데 엔씨소프트의 글로벌 진출 상황이 좋지 않고, 신규 게임 출시가 계속 늦어지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세인 측면은 분명 있다.
하지만 블레이드앤소울과 길드워2 등 대작 게임이 모습을 드러내면 엔씨소프트는 주가 상승을 도모할 수 있으며, 재무상태도 나름 탄탄한 편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왜 김 대표가 이 시점에 불리한 조건으로 지분을 양도했는지 궁금해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현금 유동성 확보에 대한 또다른 필요성이 있었던 게 아닌가하는 관측도 나온다.
앞으로 양사는 지분 인수를 계기로 전략적 제휴 관계를 강화하겠다는 목표다. 넥슨의 강력한 글로벌 퍼블리싱 플랫폼과 엔씨소프트의 개발력간 결합으로 보다 더 많은 기회를 만든다는 것이다.
김택진 대표는 이번 주식 매각의 배경과 관련해 "게임산업의 글로벌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엔씨소프트와 넥슨 두 회사가 힘을 합쳐야 세계시장에서 계속 성장·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고 밝혔다.